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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 W] SK '차세대 비밀병기' 최정용의 야구 이야기

SSG 랜더스 2016. 5. 25. 19:03

청주 서원초등학교에 다니던 3학년 남자 아이가 있었다.


그 학교에는 야구부가 있었다. 어느 날 야구 장비가 놓여 있는 그라운드를 봤다. 그 중 한 눈에 들어오는 포수 장비가 있었다. 너무나 멋있게 보였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로지 야구를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부모님 허락 없이 덜컥 야구부에 들어갔다.


다행히 부모님은 반대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허락하셨다.


SK의 신예 유망주 최정용의 '야구 입문기'다. 그렇게 그는 운명처럼 야구와 인연을 맺었다.



최정용은 매우 성실했다. 게다가 끈기가 있었다. 세광중을 거쳐 세광고에서 차분히 야구 엘리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세광고를 택한 이유는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단 한 차례 팀 훈련을 무단 이탈한 적이 있다. 세광고 3학년 때다. 야구부원 전체가 이탈하기로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부분이었다.


그는 "야구 인생 최대의 오점이었다"고 쑥스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결국 이틀 뒤 제 발로 들어갔다. 한 야구 선수의 평범한 방황이었지만, 한편, 야구에 대한 소중함을 알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고교 2학년 때 기량이 한 때 정체됐다. 팀 성적도 잘 나오지 않았다. 스트레스가 많았다.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릴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한화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방진호 코치가 자극을 줬다.


당근이 아닌 채찍이었다. 최정용은 "당시 코치님이 '지금까지 재능으로 야구했지, 죽기 살기로 한 적이 있냐'며 강하게 질책하셨다. 아마 기량이 정체되고 슬럼프에 빠지니까 오히려 강하게 자극을 주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을 하신 것 같다"고 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실제 돌이켜봐도 '죽기 살기로 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훈련의 모든 동작 뿐만 아니라 스트레치 등 준비 동작에도 열과 성을 다했다. 조금씩 기량이 올라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야구에 대한 진정한 재미를 느꼈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는 "목표를 확고히 세웠다. 태극마크가 목표였고, 타율 4할이 목표였고, 프로 진출이 목표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3일은 힘들었지만, 이후 습관처럼 힘든 훈련을 견딜 수 있게 됐다.


결과는 달콤했다.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삼성 2차 2라운드 15순위로 지명됐다. 1억 1000만원의 계약금도 받았다.


최정용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힘들게 운동한 보상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지명될 당시 소감을 말했다.


삼성은 그를 유망주로 점찍었다. BB아크에서 집중 육성했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확실히 높았다. 맨투맨 훈련을 받으면서 타격과 수비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았다.


그는 "혼란스러움이 있었다. 잘 될 때와 안 될 때의 기복이 있었고, 딜레마도 생겼다"고 했다. 기량 향상을 위해 거쳐야 할 수순이었지만, 쉽지 않은 과정이기도 했다.


삼성에서 마무리 캠프를 한 뒤 휴가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27일 2차 드래프트가 있었다. 삼성은 그를 보호선수에서 제외시켰고, 평소 그를 눈여겨 보고 있던 SK는 1순위로 지명했다. SK는 "삼성이 보호선수로 지명하지 않아서 의아해 했다.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유망주였기 때문에 1순위의 가치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청주 본가에서 휴식을 취하던 도중 연락을 받았다. 어안이 벙벙했다. 당시 그는 "좋은 기분과 의문이 함께 들었다"고 했다.


2차 드래프트 1순위로 뽑혔다는 것은 그만큼 SK가 최정용을 높게 평가한다는 의미. 기분이 좋았던 이유였다. 반면 그는 "작년에 잘한 것도 없는데 '왜 나를 지명하셨을까' 라는 의문이 있었다"고 했다.


게다가 그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다.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1월 14일 팀 훈련에 합류했다. 아는 선배가 거의 없었다. 다행히 포수 조우형이 팀 적응에 많은 도움을 줬다. 지금은 절친이 됐다.


SK 2군의 스프링 캠프지였던 대만에서 그의 컨디션은 그리 좋지 않았다. 하지만, 김무관 타격 코치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됐다. 그는 "코치님이 배트의 각도와 방향성 등에 중점을 두시는데, 온전히 믿고 따랐다. 확실히 타격이 좋아지는 느낌이 있었다"고 했다.


최정용의 팀내 평가 중 하나는 "항상 너무나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그의 주 포지션은 유격수다. 공수주의 밸런스가 매우 좋다. 타격은 날카롭고, 수비는 매우 안정적이다. 그리고 수준급의 주력도 가지고 있다.


그는 27일 기준으로 퓨처스리그에 32경기에 출전, 4할2리, 8도루, 20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항상 "일단 내야수는 안정된 수비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타격 역시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SK의 1군은 백업 유격수에 고민이 있다.


아직 최정용을 즉시 전력감으로 쓰기는 2%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SK는 장기적으로 최정용을 유력한 주전 유격수 감으로 점찍고 있다. 그렇게 될 수 있는 기량과 잠재력을 모두 갖춘 선수로 평가받는다. SK에서 꼭 주목해야 할 신예 내야수다.


류동혁 스포츠조선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