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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선수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우리 팀 컨디셔닝 파트는 9개 구단 중 최고”라는 점이다. 컨디셔닝 코치는 프로야구단의 진정한 숨은 일꾼이다. 컨디셔닝 코치가 하는 역할은 몸이 ‘재산’인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그라운드에서 활약하게 하는 것이다. 때문에 컨디셔닝 코치들은 선수들의 ‘그림자’가 된다. 24시간 선수들과 함께하며 선수들의 치료와 재활에 힘을 쏟는다. 경기 중 부상 선수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그라운드로 뛰어나간다. 경기장 밖에서도 이들은 때로는 형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사적인 얘기를 나눈다. 이렇다 보니 말 못할 선수들의 고민 상담도 컨디셔닝 코치의 몫이 되는 경우도 많다.

 

선수들의 칭찬이 자자한 SK에는 모두 6명의 컨디셔닝 코치가 활약하고 있다. 최선임자인 이병국 코치를 필두로 김회성, 유태현, 허재혁, 전태영, 이형삼 등이 불철주야로 뛰고 있다. 비시즌인 지금 이들의 주요 업무는 선수들의 체력관리와 몸상태 점검이다. 여기에 부상선수와 군 보류 선수들의 몸을 만드는 일도 도맡는다. 시즌이 시작되면 선수 부상 치료와 컨디션 관리가 주요 업무가 된다. SK 컨디셔닝 파트의 최고참 이병국(33) 코치를 만나 진솔한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병국(33) 코치는 SK 컨디셔닝 파트의 실질적인 살림꾼이다. 이병국 코치가 SK 컨디셔닝 파트에 합류한 것은 지난 2005. 이병국 코치의 원래 꿈은 프로야구선수로 그라운드를 누비는 것이었다. 인천 동산고를 졸업한 그는 경희대에서 2학년까지 야구 선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어깨 부상이 선수생활의 꿈을 접게 만들었다. 결국, 그는 3학년 때 어깨수술을 받았고, 지루한 재활이 이어졌다. 이때 이 코치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단을 내렸다.

 

‘야구단 컨디셔닝 코치가 되자.’ 제2의 꿈을 컨디셔닝 코치로 정한 이 코치는 배트를 버리고 책을 들었다. 학창시절 운동만 했기에 전문지식을 쌓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수록 이 코치는 이를 더 악물었다. 대학을 졸업한 이 코치는 좀 더 체계적인 공부를 위해 경희대 대학원에 진학해 스포츠의학을 전공했다. 대학원을 졸업할 무렵, SK에서 공개 채용으로 컨디셔닝 코치를 모집했다. 공개 채용에 몰린 인원은 상당했다. 쟁쟁한 경쟁 상대들을 제치고 꿈에 그리던 프로구단에 입사했다. 그는 “인천이 고향인데다 이곳에서 학교를 나왔다. 공부를 하면서도 SK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했다.

 

이 코치가 꼽은 SK 컨디셔닝 파트의 강점은?

이 코치는 자신이 직접 재활을 경험했기에 선수들에게 더 다가설 수 있었다. 선수들의 답답한 마음도 누구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이 코치였기 때문이다. 이 코치는 선배들로부터 “컨디셔닝 코치는 무조건 부지런해야 한다”고 교육을 받았고, 이는 이 코치의 신조가 됐다. 그는 “우리가 움직이는 만큼 선수들이 회복될 수 있다. 컨디셔닝 파트에서 얼마나 발빠르게 움직이고 신경을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선수가 아프면 내가 찾아가는 게 먼저다. 이러다 보면 선수들이 알아서 찾아온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을 얼마나 주느냐다. 선수들의 마음을 얻으면 선수들의 관리도 그만큼 쉬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 컨디셔닝 파트 시스템은 철저한 수직 관계다. 이유는 실수가 곧 팀 전력에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코치는 “우리 컨디셔닝 파트는 수직 구조로 일한다. 의사들의 세계와 비슷하다. 하나의 작은 실수가 곧 팀 전력 누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볼 때도 이게 가장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밖에서는 너무 군기가 세지 않느냐고 하지만 수억짜리 몸을 가진 선수들을 자칫 잘못 체크해 막을 수 있는 부상을 막지 못한다면 누가 책임을 지겠는가. 바로 컨디셔닝 코치들이다”고 강조했다.

 

가정에서는 ‘빵점’인 남자.

이러다 보니 이 코치는 가정에는 ‘빵점’인 남자다. 이 코치는 지난해 정규시즌 동안 딱 하루를 쉬었다고 했다. 비시즌에도 사생활을 아예 포기했다. 이 코치는 올 겨울 오전 630분에 일어나 한 시간 뒤인 730분에 문학구장에 도착한다. 문학구장에서 일을 마치고 나가는 시간은 밤 830분께다. 동갑내기 부인과 200912월 웨딩마치를 올린 이 코치는 “가정에는 빵점인 남자”라고 했다. 그는 “집에서 아내가 아프다고 하면 병원에 가라고 한다. 선수가 아프다고 하면 어떻게 해서든지 원인을 찾아내는데. 집에서는 그러지 못하는 것이 내심 서운해 하는 눈치다. 얼마 전에는 와이프가 이런 줄 알았으면 결혼을 안 했을 것이라고 하더라”라고 웃었다.

 

 

이병국 코치가 말하는 직업병은?

직업병도 생겼다. 선수들의 걸음걸이만 봐도 그 선수의 몸 상태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가장 최근에는 2011LG에서 방출당한 뒤 올해 공개 테스트를 거쳐 팀에 합류한 좌완 민경수가 좋은 예다. 이 코치는 우연히 지나가다가 민경수의 걸음걸이를 보고 “쟤, 허리가 아프지 않아”라고 주위에 물었고, 본인으로부터 “그렇다”라는 답변을 얻었다. 이 코치는 “2005년부터 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보는 눈이 제법 생긴 것 같다. 이제는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던지는 것만 봐도 어깨가 아픈지 등을 구별하는 눈이 생겼다. 그래도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컨디셔닝 파트가 위기?…“위기는 곧 기회다”

SK 컨디셔닝 파트는 올해 위기라는 소리를 듣곤 한다. 지난해까지 SK 컨디셔닝 파트의 근간을 세운 두 명의 코치가 팀을 떠났다. 이 코치는 “두 선배님은 SK 컨디셔닝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컨디셔닝 파트가 밖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두 분이 노력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위기라는 데는 공감하지만 믿고 지켜봐 주시면 좋은 결과를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선배들의 공백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팀원들 모두 더 많이 뛰고 더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SK 팬들이 궁금해 하는 컨디셔닝 파트의 모든 것

-컨디셔닝 코치를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부상을 당한 선수들이 성공적으로 재활을 끝내고 그라운드에서 뛸 때다. 다이내믹한 성격이나 동작을 갖고 있는 선수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재활은 다이내믹한 것보다 꾸준함이 우선이다. 재활은 전혀 다른 스타일로 진행된다. 그런 면에서 재활은 어렵고, 힘들다. 이런 것들을 이겨낸 선수들이 다시 그라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는.

“김광현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김광현이 150km를 던졌다. 당시 김광현의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며 재활을 도왔다. 사실 김광현의 부활을 확신했다. 심리적으로 안정만 취하면 잘 던질 것으로 기대했고, 정말 플레이오프 1차전과 한국시리즈 4차전 때 제대로 공을 긁어 줬다. 그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선수들이 힘들어 할 때는 어떻게 대처하나.

“힘들어하고 지친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주려고 노력한다. ‘넌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다’, ‘넌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어 지금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될거야’, ‘이 고비만 넘기면 모든 일이 잘 풀릴거야등 진정 어린 격려와 응원의 말들로 선수들에게 다가간다. 그런 마음이 전달이 되면 선수들도 그 힘든 상황을 슬기롭게 잘 극복하는 거 같다.”

 

-선수들에게 평소 당부하는 말이 있다면.

“부지런해야 한다. 운동에 대한 부지런함도 있지만 우리를 이용하는 부지런함도 중요하다. 우리 컨디셔닝 코치들을 이용하면 그만큼 부상을 당할 확률이 적어진다.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이용해줬으면 한다.

 

-구단 컨디셔닝 코치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이론적으로는 의사 못지않은 공부를 해야 한다. 그래서 기본이 중요하다. 사실 컨디셔닝 코치가 하는 일은 선수들의 웨이트 체크, 영양, 심리 파악, 서류 업무 등 다양하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이론이다. 해부학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의 몸상태에 대한 공부가 많이 되어 있으면 야구단이나 스포츠 트레이너가 됐을 때 위에서 내리는 팁을 잘 소화할 수 있다. 또 중요한 것은 영어다. 컨디셔닝 코치들이 보는 책은 아무래도 원서가 많기 때문이다. 영어 실력도 갖춰야 한다.

 

SK는 최근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이 대기록에는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빛’을 받을 수 있도록 ‘그늘’에서 도운 컨디셔닝 코치들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하루의 3분의 2 이상을 선수들과 함께 하며 치료와 재활에 도움을 주는 그들. 컨디셔닝 코치는 SK 야구단의 숨은 공신이다.

 

정세영 스포츠월드 기자 niners@sportsworldi.com

Posted by SK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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