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 느낄 수도 있는 시간이다. SK에 있어서 이번 36일간의 마무리훈련은 김용희 신임 감독의 새 철학이 팀에 녹아들고, 선수들이 그에 맞춰 생각을 바꾸고, 훈련 방식에 영향을 주는 과정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며 후자에 가까운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유익했던’ 마무리훈련을 마치고 내년을 기약하게 된 SK의 '가고시마 마무리훈련 36일'을 네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1. ‘鄭에 대한 기대감’ 가고시마 뒤덮었다


타석에서 직접 상대 투수의 공을 확인한 임훈은 “공이 살벌하다. 역시 진짜다”라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리고 그런 타자들의 반응을 확인한 마운드의 한 투수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한편 타석에서는 한 타자가 연습 배팅에서 연신 장타를 터뜨리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는 김용희 감독, 그리고 김무관 신임 타격코치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각각 마운드와 타석에서 코칭스태프의 이목을 사로잡은 주인공은 이번 마무리훈련에서 가장 주목받은 선수인 정우람, 그리고 정상호였다.


정우람이 돌아왔다. 약 2년 동안 상근예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정우람은 이번 마무리훈련의 최대 수확 중 하나다. 2년간의 공백 때문에 마운드, 그리고 단체 훈련이 낯설 법도 한 상황이었지만 역시 정우람은 정우람이었다. 마치 어제도 마운드에 올랐던 선수처럼 이질감 없이 팀에 녹아들었다. 그리고 주위의 기대, 그 이상의 구위를 보여주었다. “당장 마무리 후보”라는 말처럼 내년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우람이라면, 리그 최고의 왼손 불펜 요원으로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번 캠프에서 투수 인스트럭터를 맡은 조나단 허스트는 한 눈에 정우람의 ‘위력’을 알아챘다. 이번 캠프에서 가장 인상적인 투수로 그를 뽑았다. 마운드에서의 공격성, 타자를 압도하는 위압감에서 모두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2년의 공백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정우람은 이런 평가에 손사래를 치면서도 “현재는 몸 상태를 순조롭게 끌어올리는 과정에 있다. 실전감각을 보완해야 한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그 의지와 함께 SK의 불펜 전망도 덩달아 밝아지고 있다.


타석에서는 정상호가 가장 주목할 만한 선수로 손꼽혔다. 정상호는 국내프로야구 현역 포수 중 가장 좋은 체격조건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안정적인 수비 능력, 그리고 투수들을 독려하고 이끄는 리더십까지, 이제 어엿한 베테랑의 냄새가 풍긴다. 반면 타격 쪽에서는 여전히 잠재력을 100%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제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라 더 이상의 ‘업그레이드’는 힘들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코칭스태프의 생각은 달랐다.


김용희 감독과 김무관 코치 모두 정상호의 장타력 발전 가능성에 대해 입을 모았다. 김용희 감독은 “가장 주목해서 봐야 할 선수다. 장타력 부분에서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타격도 향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무관 코치는 “중장거리, 큰 것을 칠 수 있는 선수다. 내년에 기대가 많이 되는 선수”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내년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동기부여도 상당하다. 맹활약을 기대해 봐도 좋을 이유다.



2. ‘재활과의 싸움’ 중간 성적표는 이상無


아직은 아프다. 하지만 내년에는 아프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재활군에 포함된 선수들도 이번 가고시마 마무리훈련에 참가해 몸과 마음을 정비했다. 저마다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번 훈련을 통해 김용희 감독의 새로운 철학을 공유하고 한국보다는 조금 더 따뜻한 곳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소화했다. 선수들의 표정은 시간이 갈수록 점차 밝아졌다. 내년 활약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였다.


핵심 선발 투수인 윤희상은 올해의 불운을 넘어 내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윤희상은 “의학적인 재활은 모두 끝난 상황”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앞으로는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에 이어 실전 감각 정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번 마무리훈련에서는 간단히 공을 던졌고 수비 훈련은 모두 정상적으로 참여했다. 불펜 투수 윤길현도 휴식을 취하며 조금씩 제 컨디션을 찾아가고 있다. 올해는 어깨가 아파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내년 스프링캠프까지 반드시 몸 상태를 끌어올리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장기간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엄정욱은 이번 마무리훈련에서 다른 투수들과 같은 프로그램을 소화하며 조용히 복귀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현재 재활은 막바지 단계로, 앞으로 심리적인 부분을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컨디셔닝파트의 의견이다. 박희수는 아직 어깨 상태가 완벽하게 회복된 단계는 아니지만 꾸준히 검진을 하며 상태를 지켜보고 있다. 현재, 수술까지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어, 상황이 아주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3. ‘신예들의 성장’ 가고시마의 활력소


베테랑 선수들이 앞에서 끌고, 신예 선수들이 잘 따라온 마무리훈련이었다. ‘고참’들의 책임감을 강조하는 김용희 감독의 지론에 베테랑 선수들이 완벽하게 부합했고, 여기에 신예들의 성장이 캠프의 활력소가 됐다. 2군 감독, 육성총괄 시절부터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봐 온 김용희 감독의 눈빛도 번뜩였다. 그리고 SK에 대해 “앞으로 지켜봐 달라”라고 자신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서진용은 당장 내년 1군 불펜에서 활약할 수 있는 구위를 갖췄다는 평가다. 150㎞에 이르는 빠른 공으로 상무의 에이스급 역할을 했던 서진용은 스스로도 내년 불펜 합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보통 선발보직을 선호하는 다른 선수과는 달리, 자신의 목표를 ‘마무리’로 점찍는 모습부터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마른 체형이었던 서진용은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라 입대 전 몸무게가 75㎏ 정도였는데 지금은 90㎏ 가까이 불린 상황”이라며 캠프 내내 웨이트 기구와 씨름했다.


이진석은 엄청난 주력(走力)으로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고교 시절부터 빠른 발로 정평이 나 있었던 이진석은 이번 가고시마 마무리훈련 프로그램 일환으로 이뤄진 단거리 측정에서 30m(3초79), 70m(8초24), 100m(11초55) 모두 1위를 차지했다. 그간 팀의 최고 준족으로 알려져 있던 박계현과 김재현을 앞서는 기록이다. 박계현은 “(이)진석이가 워낙 빠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날 허벅지가 좋지 않았다고 들었는데도 좋은 기록을 냈다”며 놀란 표정이었다. 김용희 감독도 “자질이 있는 선수”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투수 쪽에서는 김정빈이 화제를 불러 모았다. 특히, 마운드 위에서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허스트 인스트럭터는 이번 훈련을 통틀어 신진급 투수 중 김정빈의 구위가 가장 좋았다고 평가했다. 타자들도 “특히 체인지업이 좋다. 정우람의 신인 시절을 보는 것 같다”라며 놀랐다. 김정빈은 “직구, 커브,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이번 캠프에서는 슬라이더를 연마하고 있다”며 내년 1군 진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쉬는 시간에는 팀 선배인 김광현과 고효준의 폼을 똑같이 따라하며 코치 및 선배들의 배꼽을 잡게 했다. 김원형 코치는 마지막 키킹까지 김광현의 폼을 따라하는 김정빈을 보고 “정말 그렇게 한 번 던져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4. ‘힐링의 시간’ 선수들은 무료해?


이번 마무리훈련의 또다른 화두는 ‘잘 쉬는 것’이었다. 김용희 감독은 “물론 지옥훈련을 해야 할 신진급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마무리훈련에서는 잘 훈련하는 것 만큼 잘 쉬는 것도 중요하다. 지친 심신을 달래고 내년을 위한 체력도 만들어야 한다”면서 기술 훈련은 물론, 체력 훈련도 중요시했다. 여기에 몸이 조금이라도 아픈 선수가 있으면 일단 훈련에서 제외하며 상태를 살폈다. 보통은 선수들이 요령을 피우는 것이 대부분인데, “뛸 수 있다”는 선수들을 코칭스태프가 제지하는 재밌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전유수와 여건욱이 그런 경우였다. 올해 많은 경기, 그리고 많은 이닝을 소화한 전유수는 코칭스태프의 특별 관리를 받았다.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다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보이면 곧바로 훈련에서 빠졌다. 전유수는 “할 수 있다. 오히려 이런 강제휴식이 더 힘들다”라며 울상이었다. 허리를 살짝 삐끗한 여건욱도 캠프 중반 강제휴식의 대상자였다. 여건욱도 “그러다 재활군으로 내려간다”라는 선배들의 말에 “절대 아닙니다. 아무 문제 없습니다.”라며 억울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강도 높은 수비 훈련 중 손목을 살짝 다친 김성현, 박계현은 이로인해 타격 훈련에서 빠지게 되자, 불안해지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도 코칭스태프의 명령은 “일단 쉬어”였다.


대개 5일 훈련, 1일 휴식으로 캠프 일정이 이뤄지다보니 휴식일에 잘 쉬는 것도 중요했다. 그 휴식일에는 코칭스태프가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코칭스태프의 눈을 피해 ‘원정 골프’를 감행하던 선수들도 있었지만 김 감독은 “오히려 그렇게 몰래 도망가다가 사고가 난다. 술 마시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상쾌한 환경에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골프를 치는 게 훨씬 낫다”라며 제한을 두지 않았다.


다만 이번 마무리훈련이 열린 센다이시는 가고시마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가고시마시와도 신칸센으로 15분가량이 떨어진 동네다. 인구는 약 10만 명. 상점은 오후 7시가 넘어가면 대부분 문을 닫는다. 신용카드도 받는 곳이 거의 없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자연히 선수들은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 휴식일에 시간을 내, 가고시마 시내에 다녀오는 선수들도 있었지만 갔다 온 선수들은 대부분 “그다지 볼 것이 없다. 그냥 쇼핑하고 밥만 먹고 돌아왔다”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다보니 아예 외출을 포기하고 말 그대로 푹 쉬는 ‘방콕파’도 많았다. 대표적인 '방콕파'였던 여건욱은 “오래간만에 늦잠도 자고, 한국에서 담아온 영화나 드라마를 봤다. 원래 밖에 잘 나가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호텔 안에 위치한 온천은 이런 방콕파들의 좋은 벗이었다. 선수단 및 코칭스태프 전원은 캠프 종료를 약 1주일 앞두고 고기집에서 전체 회식을 갖기도 했다. 2시간 동안 SK 선수단이 먹은 액수가 고기집의 한 달 매상보다 더 높았다는 후문이다.


김태우 OSEN 기자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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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행인1 2014.12.03 12:22 Address Modify/Delete Reply

    2014 결산은 없나봐요?

  2. 박현철 2014.12.03 16:12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진석선수 내년에는 2군에서 후반기엔 1군에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제2의 김강민선수가 될거라 믿습니다 화이팅!

지난 2010년 8월16일, 2011 신인 지명회의가 열린 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 그랜드볼룸. 당시 당연히 관심을 끈 것은 각 팀 1순위 선수를 뽑는 1라운드 지명이다. 대부분 팀들이 예상권 선수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했다. 그런데 당시 7번째 순서인 SK가 “경남고 투수 서진용”이라고 외치자 장내는 작은 술렁임이 일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선수가 뽑혔기 때문이다.


서진용은 전국 무대에서 거의 마운드에 오른 적 없는 투수였다. 더군다나 그는 2009년 봄까지 경남고 3루수로만 활약했다. 그러나 그의 강한 어깨와 배짱을 높게 산 이종운 감독의 권유로 그해 여름 투수로 전향했다. 투수로 본격 전업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은 선수를 선택한 SK를 향해 “의외의 선택”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하지만 SK는 “최고 구속은 146km을 넘어섰고, 볼 끝에는 힘이 있었다.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아직 제구력과 운영 능력 등 가다듬어야 할 부분은 남아 있지만 투수로 대성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약 4년의 시간이 지난 현재, 서진용은 어떻게 성장했을까. 당시 SK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 서진용은 현재 상무에서 뛰고 있다. 상무의 필승 계투요원으로 활약 중인 그는 지난 25일까지 2군에서 25경기에 등판해 3승1패 2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3.04를 기록 중이다. 26과 3분의 2이닝 동안 뽑아낸 탈삼진 수는 31개일 정도로, 삼진을 뺏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최고 155km의 빠른 볼이 주무기다. 여기에 커브 등 몇 가지 변화구를 던지지만 직구의 위력이 엄청나다는 평가다. 최근 눈부신 성장세를 보인 서진용은 지난해 제6회 톈진동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에 뽑힐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대표팀 경기에서는 위기 상황에서 등판해 실점을 좀처럼 주지 않는 ‘짠물 피칭’으로 윤영환(경성대 감독) 동아시아대표팀 감독으로부터 극찬을 한몸에 받았다.

여기에 서진용은 스타성까지 갖췄다. 184cm, 78kg의 슬림한 체격에 깔끔한 이목구비를 지닌 미남형이다. ‘잘 생긴’ 서진용을 보기 위해 2군 경기장을 찾은 여성팬이 많아졌다는 게 SK 2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성격도 외향적이다. 낯가림이 적고 끼가 많아 어디에서는 환영받는 타입이다. 

지난 15일 인천 송도에서 SK전을 마치고 만난 서진용은 “지난해부터 컨디션이 너무 좋아 걱정일 정도로 몸 상태가 좋다. 좋은 몸 상태에서 등판 기회가 자주 찾아와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환하게 웃었다. 서진용의 최종 목표는 1군 팀에서 마무리 투수가 되는 것. 서진용은 “애초에 내 목표는 마무리였다. 선발투수가 되려면 많은 변화구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데 나는 변화구가 그리 많지 않다. 1~2이닝 정도 전력투구하는 게 내 스타일에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제구가 잡히면서 내 목표를 마무리 투수로 확실하게 정했다. 내 볼만 던질 수 있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그는 “SK의 지명을 받고 난 뒤 1군에서 뛰는 게 목표였다. 현재도 그 목표는 같다. 내년부터는 군대 문제를 해결했으니 1군 진입을 위해 뛰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덧붙였다.  



◆서진용이 내년부터 등번호 16번을 달게 된 사연. 
서진용의 제대날짜는 올해 9월23일. 빠르면 올해 팀 가을 훈련 캠프부터 SK 선수단에 합류한다. 그런데 서진용은 내년부터 큰 이변이 없는 한 16번을 달기로 했다. 16번은 서진용의 롤 모델인 김원형 SK 투수코치가 현역 시절 달았던 등번호다. 현재는 이재영이 16번을 달고 뛰고 있다. 대학시절부터 줄곧 16번을 단 이재영은 2011시즌을 마치고 현역에서 은퇴를 선언한 김원형 코치를 직접 찾아가 이 번호를 물려받았다. 그런데 이재영이 올해 시즌을 마치면 등번호를 건네기로 한 것. 팀의 레전드 선수의 번호인 16번을 달고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한 것에 따른 미안한 마음에 등번호를 건네기로 했다. 서진용은 “이재영 선배가 내 마음을 아시고, 올해 시즌을 마친 뒤 주신다고 했다. 이 16번을 달고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정세영 스포츠월드 기자 ni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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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군 입대는 ‘위기가 아닌 기회’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약 2년간의 군 공백기를 기회로 삼아 1군에서 성공시대를 여는 선수들이 많다. 병역의무와 야구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상무가 도약의 기회가 되고 있다. 


SK에도 박정권, 조동화 등 상무를 거쳐 스타로 발돋음한 선수들이 있다. 올해 트레이드로 영입한 김상현도 상무에서 제대한 뒤 꽃을 피운 스타이고, 작년에는 차세대 거포로서 기대를 한몸에 받는 이재원과 김경근이 제대해 팀에 가세했다.


현재 SK선수로 상무에 몸을 담고 있는 선수는 김민식, 최정민, 서진용, 박종훈, 김태훈, 이재인 등 6명이다. 상무에서 땀 흘리는 SK 선수들의 근황과 성장기를 입대 전과 입대 후 상무와의 경기를 통해 선수들을 지켜본 한승진 SK 퓨처스팀 매니저의 입을 통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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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서진용과 박종훈은 상무의 주력 투수로 활약중이다. 우완투수 서진용은 14경기에서 1승 2홀드 방어율 0.83을 기록하며 필승 계투진을 이루고 있다.


서진용은 프로에서 좋은 구위를 갖고도 자기 공을 던지지 못해 한계를 드러냈지만 상무에 입대해 기본기를 다시 점검하면서 자신만의 공을 되찾았다. 최고 구속은 152km까지 나온다. 공이 빠르기도 하지만 볼 끝이 묵직해 오승환(삼성)의 돌직구를 연상시킬만한 직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이를 뒷받침하는 포크볼, 커브, 슬라이더 등 완성도 높은 변화구에 컨트롤까지 두루 갖추며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한 매니저는 “최근 경기 내용이 계속 좋다고 들었다. 같은 150km라도 볼 끝이 다른 선수다. 타자 눈 앞에서 치솟는 느낌”이라고 호평하면서 “변화구는 특히 포크볼의 각이 좋다. 좋은 직구를 갖춘데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포크볼의 조합이 위력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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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완 언더핸드 박종훈은 선발로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올 시즌 15경기에 등판해 8승3패 방어율 3.63을 기록중이다. 북부리그와 남부리그 통틀어 다승 2위의 성적. 투구시 마운드 위를 긁는 듯한 잠수함 폼으로 던진 공이 솟아오르면서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해 위력적이다. 투구폼과 커브는 리그 정상급 언더핸드 투수 정대현(롯데)과 흡사하다는 평이다. 타자 입장에서는 마치 땅볼을 던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투구 릴리스포인트가 낮은 점도 박종훈만의 강점이다. 주무기인 130km대 커브는 변화의 폭이 크다.


좋은 공을 가졌지만 아직 완성도는 떨어진다. 제구와 결정구, 주자 견제에 풀어야할 숙제가 있다. 한 매니저는 “투스트라이크를 먼저 잡고도 풀카운트 승부가 많아 5회까지 던지면 투구수가 100개에 육박한다. 결정구가 스트라이크존에서 변화되지 않아 타자들이 잘 속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또 언더핸드 투수들 대부분이 고전하는 부분인 주자가 있을 때 퀵피치가 느린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한 매니저는 “선수 본인도 이 부분을 잘 알고 계속된 훈련을 통해 점차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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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의 타선에서도 SK 선수들의 이름을 찾아 볼 수 있다. 김민식은 포수로서 기대감이 크다. 대학시절 외야수에서 포수로 전향한 탓에 포수 기본기와 경험이 아직은 부족한게 약점이지만 잠재력만큼은 높이 평가받고 있다. 한 매니저는 “SK에서는 많은 경기에 나가지 못했는데 상무에서 출전 경기가 늘어나면서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듯하다”라고 했다. 상무에서는 이희근(한화)와 포수 마스크를 교대로 쓰고 있다. 선발로 출전하지 못할 때는 수비 강화를 위해 경기 후반에 출전하곤 한다. 한 매니저는 “좋은 포수로서 자질을 모두 갖춘 선수”라면서 “리그에서 손꼽히는 어깨를 가졌고, 공을 빼는 동작도 빠르다. 포수로서 빠른 발과 좌타자인 점도 경쟁력이 있다”고 높은 점수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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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민은 상무에서 2루수를 보고 있다. 빠른 발을 활용한 수비 범위와 능력이 수준급이다. 그렇지만 타격에서 아직 부족한 부분이 눈에 보이지만, 그래도 SK 시절보다 기량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현장의 평가다. 한 매니저는 “시합을 많이 뛰지 못해 아직은 부족한 점이 보인다”고 말했다.


투수 이재인과 김태훈은 착실하게 어깨 재활을 소화하며 재기의 칼날을 갈고 있다. 오른쪽 어깨 부상으로 재활 중인 이재인은 오는 9월 제대를 앞두고 있다. 어깨 부상으로 오랜 시간 어려움을 겪어 조심스럽게 재활 단계를 밟아가는 중이다. SK에 복귀할 때쯤이나 정상적인 훈련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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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입대한 김태훈은 왼쪽 어깨 재활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최근 캐치볼도 시작했다. 그러나 통증 재발 경험이 있어 본격적인 피칭을 시작하는데 있어 신중한 자세다. 한 매니저는 “공을 던지다 다시 통증이 생긴 적이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복귀 시기를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는 상태라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건강한 한국 남자라면 누구나 거쳐야할 병역의무다. 상무에서 제대 후 1군 무대에 서는 꿈을 키우는 SK 선수들이 더욱 늠름하고 건강한 ‘불사비룡’으로 성장해 돌아오길 기대해본다.

 

■김민식(89년생/마산고-원광대/포수/우투좌타)
  42경기 타율 2할5푼5리(110타수28안타/2루타 10개) 16타점 12득점
■최정민(89년생/마산고-동아대/내야수/우투좌타)
  56경기 타율 2할4푼1리(174타수42안타/2루타 4개/3루타 3개) 18타점 18득점 11도루 
■서진용(92년생/경남고/투수/우투우타)
  14경기 1승 2홀드 방어율 0.83 23.2이닝 5실점(2자책) 18안타 7볼넷 26삼진
■박종훈(91년생/군산상고(10년 SK 1차 2라운드 9순위)/투수/우언우타)
  15경기 8승3패 방어율 3.63 79.1이닝 75안타 45볼넷 62삼진
■김태훈(90년생/인창고/투수/좌투좌타), 올 시즌 성적없음.
■이재인(89년생/선린인터넷고-제주산업대/투수/우투우타), 올 시즌 성적없음.


이정호 스포츠경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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