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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 W] '비룡 페드로' 꿈꾸는 이상백 “만년 유망주 꼬리표 떼겠다”

SSG 랜더스 2014. 1. 14. 09:40



SK 오른손 투수 이상백(27)이 3년 간의 긴 공백을 깨고 힘찬 비상을 노린다.

이상백은 15일부터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시작하는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11년 8월부터 2년간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했던 탓에 그라운드를 한참 떠나있었지만 마침내 그리웠던 마운드에 올라설 기회를 잡았다. 


이상백은 14일 “지난해 마무리 훈련에 못 가서 이번 캠프에도 못 갈 줄 알았는데 기회가 왔다”며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는 동안 밤마다 인천고등학교에서 훈련하며 몸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3년 만에 실전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매우 설렌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산고-경성대를 졸업하고 2010년 SK 유니폼을 입은 이상백은 쓰리쿼터형 투수다. 투구 폼이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219승을 거둔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43)를 떠올린다. SK 관계자는 “부상으로 인해 투구폼을 변경한 것이었는데 제구가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이상백은 “김상진 코치님이 허리 회전이나 변화구 장착 등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주셨다”고 말했다.


이상백의 주무기는 서클체인지업이다. 2011년까지 포크볼에 강점을 보였던 이상백은 서클체인지업도 종종 던졌지만 주무기로 쓸 정도는 아니었다.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아 부은 결과 원하는 코스로 공을 던질 수 있게 됐다. 이상백은 “이제는 서클체인지업을 주무기로 써도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동갑내기이자 같은 유형의 백인식이 같은 구종을 앞세워 1군에서 승승장구한 만큼 좋은 자극제가 됐다. 그는 백인식을 “좋은 동료이자 라이벌”이라고 치켜세운 뒤 “서클체인지업은 내가 더 자신 있다”며 웃어 보였다. 또 “(백)인식이와 나는 나이도 같고 스타일도 같아 캠프에서 서로 의지가 되고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상백은 군 복무 전 퓨처스리그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많은 공을 뿌렸다. 몸이 빨리 풀리는 편이라 언제 어디서든 오를 수 있는 ‘애니콜’이었다. 당시 직구 시속은 140㎞ 중반까지 나왔다. 2011년 8월 공익근무전까지 퓨처스리그에서 한 시즌 동안 35경기에 나갔다. 이를 두고 동료들은 ‘노예’라고 이상백을 부르기도 했다.


그의 야구 인생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08년 대학 회장기 하계리그 대회다. 단국대와의 준결승에서 완봉승을 거두고 결승인 고려대전에서도 9이닝 2실점 역투로 팀을 정상에 올려놨다. 이상백은 “원래 준결승전에서 던지고 그 다음날 곧바로 열리는 결승전은 동료가 등판하는 것이었는데 비가 내려 연기됐다. 하루 휴식일이 생기자 감독님이 내 손으로 끝내라는 믿음을 심어줘 잊지 못할 결과물을 만들었다”고 떠올렸다.


이상백은 팀 내에서 가장 닮고 싶은 선수로 박정배(32)를 꼽았다. 2011년 말 두산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박정배는 이듬해 SK에서 ‘방출생 신화’를 썼다. 팀이 필요로 할 때마다 마운드에 올라 묵묵히 공을 뿌리며 큰 힘을 보탰다. 이상백은 “힘든 상황에도 꿋꿋하게 팀에 헌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상백은 올해를 자신의 야구 인생 두 번째 기회로 삼았다. 첫 번째 터닝포인트는 대학교 2학년 때였다. 줄곧 포수 마스크를 쓰다가 그 때 투수로 포지션을 바꿔다. 그 전에는 단 한번도 마운드 위에 오른 적이 없었다. 이상백은 “항상 공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포지션 변경이 늦은 감도 있지만 잘 할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투수 전향 이후 프로 진출 꿈을 이뤘다면 앞으로는 1군 무대에 ‘이상백’이라는 이름 석자를 팬들에게 확실히 부각시킨다는 각오다. 이상백은 “야구가 뜻대로 풀리지 않아 그만 둘 생각도 했지만 인고의 시간을 보낸 끝에 다시 올라설 기회를 잡았다”면서 “꼭 1군에 올라가서 나의 존재감을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지섭 한국스포츠기자 oni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