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로 끝난 SK의 가고시마 마무리캠프는 선수들은 물론, 코치들도 굉장히 바쁜 시기를 보냈다. 캠프에 들어가기 전 각자 이번 캠프의 주안점과 훈련 일정을 프리젠테이션으로 만들어 발표했다. 영상 분석의 비중이 커져 그만큼 선수들과의 소통도 중요했다.
그래도 코치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예전보다 힘든 캠프 일정이지만 선수들이 잘 따라줬고, 여기에 캠프를 통해 선수들의 발전상이 뚜렷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가고시마 캠프를 선수들이나 프런트의 눈이 아닌, 코치들의 눈으로 정리해봤다.
정경배 코치, “최승준-이재원 기대하라”
정경배 타격코치는 이번 캠프에서 최승준과 이재원의 반등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이번 캠프는 각 선수마다 프로그램이 모두 달랐다. 부족한 부분에 좀 더 매진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중 타격훈련 소화량이 가장 많은 선수가 바로 최승준과 이재원이었다. 다른 선수들은 수비와 주루 훈련을 할 때, 두 선수만 배팅게이지에 번갈아 들어가며 타격 훈련을 한 때도 많았다. 그만큼 성과도 있었다.
최승준은 이번 캠프의 MVP로 뽑혔다. 혹독한 체중 감량도 그렇지만, 타구질이 엄청 좋아졌다는 평가로 코칭스태프의 눈을 사로잡았다. 최승준은 올해 문제였던 타격폼을 고치면서 스윙이 간결해졌다. 정경배 코치는 “준비자세가 늦다는 것이 단점이었는데, 불필요한 동작을 줄이면서 좀 더 빠른 대처가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최승준도 “꼭 150m를 날려야 홈런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확실히 좋아진 것을 느낀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재원도 예전의 타격 페이스를 찾아가고 있다. 정경배 코치는 “원래 타격 매커니즘과 스윙 궤적이 워낙 좋은 선수였다. 하지만 약점이었던 몸쪽 공을 억지로 치려고 하니 좋을 때의 스윙이 무너졌다”면서 “다시 예전의 폼으로 교정하는 단계다. 조금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가지고 있는 게 많은 선수라 금세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민재도 주목 받았다. 퓨처스리그에서 3할 이상의 타격을 해 코칭스태프의 관심을 받았다. 정 코치는 “훈련보다는 실전에서 잘 치는 스타일이다. 퓨처스리그라고 해도 많은 경기에 뛰며 3할 이상을 쳤다는 것은 분명히 타격 재질이 있다는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진기도 꾸준히 스윙 궤도를 이상적으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승욱 또한 무너졌던 자세를 교정하는 데 애를 썼다.
손혁 코치 “서진용-백인식 OK, 어린 선수들도 기대”
SK 부임 후 첫 캠프에 온 손혁 투수코치는 SK 투수들이 가진 잠재력에 연신 칭찬을 하기 바빴다. 손 코치는 “선수들의 기량을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공유하는 것도 중요했는데 모두 만족스러웠다. 코치와 선수들간의 벽을 허물었다는 것이 큰 성과였다. 선수들이 방으로 와 자신의 영상을 보며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친해졌다.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줬다”고 고마워했다.
불펜의 두 축인 백인식과 서진용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손 코치는 “백인식은 본인이 확실한 생각을 가지고 왔다.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왔더라”며 자세에 높은 평가를 내리면서 “서진용은 워낙 좋은 구위를 가지고 있다. 불펜 피칭과 라이브 피칭을 보니 본인이 시즌 막바지에 깨달은 내용이 있었다. 그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라이브 피칭을 보니 확실히 좋았다”고 미소지었다.
화제를 모은 에이스 김광현에 대해서는 더할 나위가 없다는 생각이다. 손 코치는 “재활파트 쪽에서 워낙 준비를 잘 해줬다. 걱정을 했었는데 정말 좋은 상태다. 재활은 항상 변수가 있어서 어떻게 또 통증이 찾아올지 모르지만, 차근차근 다져나간다면 내년에 기대를 걸어봐도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승진 최진호 정동윤 이원준이라는 젊은 투수들의 잠재력도 높게 평가했다. 손 코치는 “SK의 미래들이다. 최소 2명은 1군에서 자리를 잡아줘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불펜이 약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나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다만 조금 더 공격적인 투구를 해야 한다는 것을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다”고 앞으로의 주안점을 뽑았다.
박경완 코치, “제3포수, 무한 경쟁”
SK의 이번 가고시마 캠프에는 임태준과 이윤재가 팀의 ‘제3포수’를 놓고 경쟁을 시작했다. 이번 캠프에서 예년에 비해 훈련량을 줄이는 대신 집중력을 강조한 박경완 배터리코치는 “누구 하나에게 더 시키는 것 없이 똑같이 시켰다. 어떤 부분은 태준이가 낫고, 어떤 부분은 윤재가 나은 것도 있다. 지금은 거의 동등한 위치에서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승부로 경쟁은 내년 전지훈련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박 코치는 “윤재는 몸의 스피드가 떨어지는 점이 있고, 태준이는 잔실수가 조금 많은 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둘 다 하려는 의욕들이 있고, 처음 시작할 때보다는 생각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 발전한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고 말을 이어나갔다. 박 코치는 두 선수에게 캠프 막판까지 똑같은 이닝과 똑같은 기회를 주며 경쟁을 붙였다. “1군에서 경기를 할 수 있는 부분까지 만들어야 한다”는 게 박 코치의 설명이자 앞으로의 과제다.
한편 이번 캠프의 키플레이어인 이재원에 대해서는 의욕을 높게 샀다. 박 코치는 “재원이가 공·수 모두에서 다 좋아졌다. 몸이 확실히 가벼워 보였다. 훈련 일정도 상의했다”면서 “옆에서 보고 있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은 것 같다. 상당히 괜찮았다. 이미 12월과 1월 일정까지 다 준비했더라”고 흐뭇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정수성 코치,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 강조”
올해 SK는 불필요한 주루사나 견제사가 줄어들었다. 리그 최하위권 수준에서 최상위권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를 이끈 주역 중 하나인 정수성 코치는 “1루에서 3루로 가는 플레이, 혹은 홈으로 들어오는 플레이는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주루사가 적다고 해서 꼭 좋은 것은 아니다. 그만큼 시도가 적었다는 의미도 된다”면서 “주루사가 좀 더 나오더라도, 더 공격적으로 주루 플레이를 해야 한다. 이 점에 주안점을 두고 이번 캠프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SK는 팀 라인업에 거포 스타일이 많아 전체적으로 뛰는 야구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다. 그러나 정 코치는 “느리다고 뛰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빠르다고 해서 다 사는 것도 아니다”고 발상의 전환을 강조하면서 “우리가 언제든지 뛸 수 있는 팀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상대의 계산도 복잡해진다. 올해는 후반기로 갈수록 과감함이 떨어졌는데, 이를 좀 더 공격적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뛸 수 있는 선수들이 하나둘씩 나온다. 정 코치는 “노수광 정진기 박승욱 박성한 안상현 최민재 이재록 등의 선수들은 앞으로 주루플레이에서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지 않을까”면서 “이 선수들이 뛸 수 있다면 중심타자들과 함께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지난해 캠프부터 정 코치의 지도를 받은 선수들은 확실히 이해도가 좋아졌다는 게 자체 평가. 올해 정 코치의 첫 지도를 받은 선수들의 성장이 기대된다.
박계원 코치, “박승욱 잘할 것, 박성한 기대”
수비에 있어서도 가능성이 보였다. 우선 올해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했으나 초반 실책에 발목이 잡힌 박승욱의 반등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박계원 코치는 “박승욱은 올 시즌보다는 분명히 잘할 것이다. 모든 면에서 안정이 됐고, 연습 때 하던 것 만큼만 하면 경기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선수의 기를 살렸다.
주목받은 선수는 박성한이었다. 청소년 대표팀 시절부터 수비 하나는 최고로 평가받았는데, 1군에서도 통할 수 있는 수비력이라는 평가다. 박 코치는 “박성한은 참 빠르다. 포구 후의 연결 동작도 정말 빠르다. 어깨가 워낙 좋기 때문에 천천히 해도 남들보다 빠르다. 내년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주전으로 뛸 가능성이 충분한 선수이기 때문에 급하게 하기 보다는 정확한 폼을 익히는 데 중점을 뒀다”고 기대를 걸었다.
한편 이번 캠프에서는 외야수들이 내야 수비를 병행하며 포지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조용호는 2루에서, 정진기는 1루에서 수비 훈련을 했다. 박 코치는 이에 대해 “아직은 내야수에 적응하는 과정”이라면서 좀 더 지켜볼 뜻을 드러냈다. 하지만 조용호는 2루 수비에 큰 위화감이 없다고 밝혔고, 정진기는 백업 1루수로 쓸 수 있는 수비 잠재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김태우 OSEN 기자(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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