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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 W] 꿈을 찾아 야구장에 온 복싱 선수, SK 응원단장 정영석

SSG 랜더스 2015. 7. 2. 13:37

‘열정.’ 


정영석(34) SK 응원단장이 단상에서 수만 명의 응원을 지휘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본 사람이라면 이 단어가 떠오를 것이다. 큰 체구는 아니지만, 정영석 단장의 절도 있는 동작과 호령에 수많은 관중들은 매료된다. 정 단장은 지난해부터 SK 응원을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프로농구와 프로배구에서 잔뼈가 굵은 정 단장은 최근 프로야구에서도 소위 뜨고 있는 ‘핫’한 인물. 정 단장을 만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천직

용인대 복싱부 출신인 정 단장은 대학재학시절 응원단에서 활동하며 ‘응원단장’을 자신의 인생 꿈으로 설계했다. 생각보다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정 단장은 2006년 여자프로농구 금호생명과, 남자프로농구 담배인삼공사 응원단장으로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했다. 


하지만, 2006~2007시즌이 끝난 뒤 응원단장직을 내려놓았다. 대신 그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뮤지컬 난타 멤버가 돼 전 세계를 누볐다. 난타는 한국의 전통 가락인 사물놀이 리듬을 소재로 다른 장르와도 소통할 수 있는 세계적인 타악기 공연이다. 2010년부터는 어린이 뮤지컬 등 공연에 열중했다. 


정 단장이 갑자기 응원단을 떠난 이유는 더 경쟁력 있는 응원단장이 되겠다는 목표 때문이다. 실제 난타 공연에서는 장단을 맞춰 각종 북과 타악기 등을 다뤘고, 현재 정 단장은 리듬감과 순발력, 유연성은 프로야구 10개 구단 단장들 중 최고로 손꼽힌다. 정 단장은 “공부가 필요했다. 그래서 직접 오디션을 봐서 난타 배우에 도전했다. 이후에도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호흡하고 싶었다. 젊었고, 응원단장이라는 내 인생의 최종 목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당시 결정에 대해 말했다. 



●SK

정 단장은 2014년 남자프로배구 우리카드의 응원단장으로 컴백했다. 컴백은 성공적이었지만 정 단장의 목표는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 응원단장에 대한 욕심이 났던 것이다. 그래서 이때부터 본격적인 야구단 응원 단장이 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운도 좋았다. 대학시절 응원단 연합회를 통해 알게 된 당시 선, 후배들 중 상당수가 현직 프로야구 응원단장으로 활약 중이었다. 특히, 김주일 kt 단장은 정 단장이 대학 초년생 시절부터 따랐던 선배다. kt를 맡기 전 부터 KIA에서 10년 이상 응원 단상에 오른 김주일 단장은 정 단장에게 프로야구 응원단장과 야구단 응원에 대한 1대1 맞춤 교습을 해줄 정도로 절친한 사이. 이후 SK에서도 응원단장을 뽑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정 단장은 주저 없이 지원서를 냈고, 꿈에 그리던 프로야구 응원단장이 됐다. 


평소 SK 야구를 좋아했고, 인천SK행복드림구장을 자주 찾았던 것이 큰 플러스 요인이 되었다. 각종 구기 종목에서 잔뼈가 굵은 정 단장은 SK가 찾고 있던 인물이었다. 정 단장은 면접 당시를 떠올리며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내가 왜 프로야구 응원단장이 되기를 원하는지, 얼마나 야구를 사랑하는지 등을 보여주기 위해 정말 노력했다. 다행이 그 노력을 인정받아 이렇게 인천 야구 팬들을 만나고 있다”며 웃었다. 



●꿈

“사람을 만나는 게 즐겁습니다” 정 단장은 응원단장에서 관중들과 호흡하는 것이 가장 즐겁다고 했다. 정 단장은 평일 오후 6시30분 경기를 기준으로, 최소 5시간 전에 경기장을 찾는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전날 경기를 복기하는 것. 전날 선수들의 성적을 팬들에게 알려주는 것 또한 응원단장의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어 본격적인 응원 준비에 나선다. 최소 5개의 테마를 준비한다. 그리고는 치어리더들과 대화를 나누며 응원구호와 안무를 맞춘다. 5시30분. 선발 라인업이 발표되면, 미리 준비해온 응원 테마가 확정된다. 


경기가 시작된 후에는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고, 경기가 끝난 후 귀가 시간은 밤 11시를 훌쩍 넘기지만, 그는 항상 즐겁다. 정 단장은 “적은 숫자든 많은 숫자든 팬들과 함께 응원을 하여 경기를 이겼을 때, 기분이 너무 좋다. 응원의 주체는 응원단장이나 장내 아나운서가 아니다. 관중 수에 상관없이 팬들이 열띤 응원을 보여주실 때가 가장 신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도 응원 생각 뿐이다. “짧지만, 강렬한. 그리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응원을 함께 하는 것이 내 꿈이다. 팬분들이 야구장에 오면 '오늘 하루 정말 즐겁게 놀았다'는 기쁨을 주고 싶다”


정세영 스포츠월드 기자 niners@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