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퓨처스팀과 루키팀은 승패의 현장 1군에서 뛸 주력 선수들을 키우는 훈련소이자 보급기지다.
꼭 특정팀의 사례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강한 팀이 되려면 보급기지가 튼튼해야 한다.
특정인의 입김과 특정 선수의 활약 여하에 팀 성적이 좌우되지 않고 외부 여건에도 흔들리지 않는 팀이 되려면 사람이 아닌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명문구단으로 발돋움하는 SK 와이번스가 이런 확고부동한 시스템을 인천 강화도에 있는 육성의 요람 SK 퓨처스 파크에 심고 있다.
시스템 구축의 방향은 크게 세 갈래다.
시설 확충과 같은 하드웨어 보강이 첫 번째다. 육성 기조 전환과 같은 소프트웨어 강화가 두 번째다.
세 번째 지도자 인재 육성과 같은 ‘휴먼웨어’는 새로운 시도다.
SK는 지난 5월 말 퓨처스 파크 시설 개선 공사를 마쳤다. 퓨처스 파크는 2015년 4월 개관했다.
루키필드에는 1군 선수들이 뛰는 프로야구 경기장과 해외 야구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55mm 인조잔디를 깔아 미끄러짐에 따른 부상을 방지했다.
또 인천SK행복드림구장의 내야와 동일한 크기의 베이직 필드를 새로 조성했다.
2군과 3군에서 훈련하던 선수들이 1군에 올라갔을 때 최대한 빨리 적응하도록 한 조처다.
거액을 투자한 다른 구단보다 내실 있게 시설을 구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조잔디를 깐 루키필드와 주경기장에서 2군과 3군 선수들이 동시에 경기를 하게 돼 훈련 집약도가 높아졌다.
육성 기조의 변화는 가장 주목할 부분이다.
넥센 히어로즈 사령탑 출신 염경엽 단장이 지난해 부임한 이래 육성 기조는 ‘두루두루 육성’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확 바뀌었다.
그간 2군 지도자들이 온정적인 태도로 여러 선수에게 다가갔다면, 이젠 1군 무대에서 성공 가능성이 큰 선수들을 추려 집중적으로 키우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2군과 3군 코치진과 구단 고위층은 매달 회의를 열어 유망주를 집중 육성 선수, 미래 육성 선수, 운영 선수 등으로 분류한다.
집중 육성 선수는 말 그대로 구단이 꼭 키우려는 선수, 미래 육성 선수는 성장에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선수다.
운영 선수는 이도저도 아닌 2군 선수다.
퓨처스 파크 숙소인 패기관의 입소 자격도 높였다. 신인 선수들은 의무 입소하고, 집중 육성 선수 위주로 구성원들을 물갈이했다.
이는 염 단장이 넥센 감독 시절 성공을 거둔 육성 방법에 바탕을 둔다.
염 단장은 사령탑 시절 올해는 A, 내년엔 B란 식으로 1군에 차례로 불러올릴 유망주들을 점찍고 이들에게 기회를 줬다.
김하성과 임병욱 등은 이런 절차를 밟고 체계적으로 1군에서 제 자리를 찾아갔다.
프로란 어쩔 수 없는 적자생존의 전쟁터다. 집중 육성의 선택을 받지 못한 선수들은 가혹하지만 팀을 떠날 수밖에 없게 기조가 바뀌었다.
팀 분위기가 냉정해진 만큼 선수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SK가 새로 시도하는 일명 휴먼웨어의 시도는 신선하다.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는 기본 철학에 바탕을 두고 지도자와 선수를 모두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컬링 국가대표팀 멘탈 코치(멘탈 코칭 연구소 소속)들이 직접 한 달에 한 번씩 퓨처스 파크로 와 2군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4시간 이상 세미나를 한다.
멘탈 코치들은 프로야구 지도자들에게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주입하는 티칭(teaching)이 아니라 선수들이 스스로 깨우치도록 지도하는 코칭(coaching) 방법을 전수한다.
야구 선수들이 사용하는 거친 언어를 지양하고 선수들과 더 원활하게 의사소통하는 방법 등도 알려준다.
‘알부남’(알고보면 부드러운 남자)으로 변신한 코치들 덕분에 SK 2군에선 현재 서로를 격려하는 분위기가 넘친다고 한다.
코치들은 현재 가르치는 선수들의 성장 속도와 기량 등을 면밀하게 추적하는 보고서도 작성한다.
선수들은 SK그룹에서 오랜 기간 직원들의 정신수양을 위해 활용해온 명상을 하기도 한다.
역시 명상전문가들이 한 달에 2~3번 퓨처스 파크를 방문해 휴식 명상, 집중 명상을 지도한다.
인터벌이 있는 야구 경기의 특성상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고안된 프로그램이다.
생각을 많이 하는 선수들이 쉴 때라도 잘 쉬도록 도와주는 게 휴식 명상이다. 10명 정도가 단체로 누워서 잘 쉬는 법을 배운다.
집중 명상은 말 그대로 집중력을 키우는 훈련으로 소수의 인원만 참여한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휴먼웨어가 결합된 SK의 육성 시스템은 이제 첫 발을 내디뎠다.
시스템이 정착하고, 이 시스템을 거쳐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며, 팀도 성공하는 선순환 구조가 SK만의 독특한 팀 문화로 굳어지길 기대해 본다.
연합뉴스 스포츠부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
'랜더스 스토리 > 랜더스人'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감(共感)W]SK, 타격의 언어를 바꾸다 (0) | 2018.07.31 |
---|---|
[공감(共感)W]이석모 불펜포수, 퓨처스팀 매니저되다 (0) | 2018.07.24 |
[공감(共感)W]플라이볼 레볼루션, 어벤져스보다 재미있는 인천야구- (2) (0) | 2018.07.11 |
[공감(共感)W]SK와이번스 혁신의 5가지 방향성 (0) | 2018.06.30 |
[공감(共感)W]플라이볼 레볼루션, 어벤져스보다 재미있는 인천야구 (1) | 2018.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