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1일 SK-삼성의 시범경기가 열린 인천 문학구장. 2-2로 팽팽히 맞선 7회말 2사 2루 타석에 들어선 SK 안정광은 ‘끝판왕’ 오승환으로부터 통쾌한 역전 2점포를 날렸다. 짜릿한 손맛과 함께 자신의 이름 석자를 확실히 알린 순간이었다.
안정광은 올해로 25세다. 자신의 기량을 활짝 펼 때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프로야구 최고의 3루수로 꼽히는 최정의 존재는 큰 벽으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현실을 탓할 수만은 없다. 많은 훈련을 통해 실력으로 이겨내는 방법밖에 없다. 안정광은 차세대 비룡 3루수를 꿈꾸며 자신의 목표를 향해 묵묵히 달려가고 있다.
▲박경완 감독도 인정한 지독한 연습벌레
안정광은 코칭스태프로부터 칭찬이 자자하다. 훈련장에 제일 먼저 나오고, 퇴근하는 시간은 가장 늦다. 말 그대로 지독한 ‘연습벌레’다. 현역 시절 연습생 신분으로 어느 누구보다 굵은 땀방울을 흘렸던 박경완 2군 감독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안정광은 “지난해 부상 이후 재활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졌다”며 “김경태 코치님이 많은 도움을 준 덕분에 지금은 나아졌다. 또 다치기 싫어 일찍 문학구장에 나와 보강운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훈련량이 실력을 향상시키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성실하게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제자가 기특하기만 하다. 박 감독 역시 쌍방울 연습생 시절 혹독한 훈련을 이겨내고 당대 최고의 포수로 우뚝 선 경우다. 안정광은 “감독님이 ‘나도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전해줬다. 이 한 마디를 듣고 나니까 감독님만큼 독하게 해야겠다는 마음이 더욱 생겼다”고 말했다.
▲든든한 멘토이자 롤모델은 최정
안정광은 최정과 한 팀에 속한 것을 행운으로 여겼다. 지난해 11월 최정이 마무리 훈련 도중 귀국했을 당시 재활군에서 한달 가량 함께 지냈다. 안정광은 “재활을 같이 하면서 야구에 대한 부분은 (최)정이 형에게 다 물어본 것 같다. 한국에서 야구를 제일 잘하는 선수 아닌가”라며 “스윙 자세를 고쳐주고, 수비할 때 송구하는 방법 등을 세심히 가르쳐줬다”고 설명했다.
안정광은 평소 최정의 경기 영상을 보며 이미지트레이닝을 한다. 그는 “정이 형의 홈런 영상을 많이 본다”면서 “모든 선수들이 타격 폼을 따라 하려고 할 정도로 이상적”이라고 했다. 최정을 워낙 많이 흉내 내니까 동료들이 안정광을 ‘안정’이라고 부를 정도다.
최정은 안정광의 롤모델이지만 한편으로는 포지션 경쟁자다. 그 만큼 1군에서 자리 잡을 확률이 줄어든다. 안정광은 “넘을 수 없는 벽은 맞다”며 “2루수와 유격수 훈련을 하는데 주 포지션은 3루수다.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내 자리에서 열심히 준비하다 보면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잘 나갈 때 안일한 생각, 큰 오산
안정광은 2012년 시범경기에서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13경기에서 홈런 2개를 포함해 8타점을 쓸어 담았다. 타점은 공동 1위의 성적이었다. 타율(0.267)은 높지 않았지만 클러치 능력이 돋보였다. 시범경기 활약으로 2008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1군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주어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얼마 되지 않아 2군으로 내려갔다. 안정광은 “방망이가 잘 맞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자만심이 생겼다. 지금 생각하면 아직 멀었는데 그 당시에는 ‘조금만 더 하면 되겠는데’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다”고 떠올렸다.
한 차례 쓴 경험은 약으로 작용하는 법. 다시 원점부터 시작했다. 특히 모든 운동의 기본이 되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했다. 184㎝의 키에 몸무게 78㎏으로 마른 체격이었지만 현재는 85㎏까지 몸을 불렸다. 단순히 살을 찌운 것이 아니라 근육량을 늘리고 순발력 운동까지 소화해 무거운 느낌은 전혀 안 든다.
안정광은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해 남들보다 뒤쳐졌지만 더 노력해서 한 두발 나아가겠다”며 “3루 백업 요원이 필요할 때 내 이름이 먼저 언급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수비는 점점 보완하고 있고, 방망이만큼은 자신 있다. 올해는 반드시 1군에서 내 존재가치를 드러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지섭 한국스포츠 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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