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흐름에 SK가 반기를 내들었다. 야구장 밖에서도 야구와 관련된 흥미로운 볼거리를 만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부터 시작된 ‘플리마켓’이다. 지난 4월 첫 행사를 갖고 가능성을 내비친 SK의 ‘플리마켓’은 야구장과 장터를 조합한 새로운 시도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굳이 야구장 안에 들어가지 않아도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른 행사와 분명 차별화된 매력을 가진다.
팬들과 팬들의 만남, 자율 장터 기대감
쓰지 않는 물건, 혹은 자신이 직접 만든 물건을 장터로 가지고 나와 시민들끼리 교환 및 판매의 장을 만드는 ‘플리마켓’은 점차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이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규모가 급성장하는 추세다. SK도 이런 ‘플리마켓’이 가진 창의력과 아래로부터의 역동성에 주목했다. SK는 팬뿐만 아니라 인천 시민들에게 일상의 쉼과 재미를 주고,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문화의 장을 만들기 위해 이번 ‘플리마켓’을 점찍었다.
올해 시작된 ‘플리마켓’은 매달 주말 홈경기(토•일)에 한 번씩 열려 교류와 다양성을 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SK이기에 적극적 추진이 가능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인천 문학경기장 위수탁 사업자로 시설 활용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SK는 1루측 매표소 앞 광장을 ‘플리마켓’으로 조성했다. 두 번째 행사가 열린 지난 5월 28~29일 양일간도 아띠아모 플리마켓, 와이번스 플리마켓으로 나뉘어 성황리에 끝났다.
SK는 팀 팬 성향 조사 결과 20~30대가 약 73%고, 여성 팬이 56%라는 데 착안해 20~30대 젊은 여성 및 가족 관람객을 타깃으로 설정했다. 20~30대 여성 관람객을 위해서는 젊은 감각의 핸드메이드 제품(디자인소품•수공예품 등), 드로잉 일러스트, 개인 소장 중고 물품 등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가족동반 관람객의 경우는 지역커뮤니티와 연계해 중고용품 구매가 활성화되어 있는 유아•어린이 제품 등을 준비했다. 5월 행사에는 푸드트럭도 시범적으로 도입해 성과를 살폈다.
문학사업팀 맹민호 매니저는 “SK의 플리마켓은 성격이 다르다. 다른 플리마켓의 경우는 모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이곳은 야구장을 찾으시는 분들에 한정되어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라면서 “때문에 대중적인 플리마켓의 성격보다는 좀 더 야구와 관련된 물품들을 많이 유치해 차별화를 두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와이번스를 표현하라, 팬들의 참여 기대
‘플리마켓’이라는 개념의 자체가 구단이 끼어들 여지가 넓지 않다. 물론 구단도 선수들의 애장품 등을 판매하기는 한다. 팬들의 시선을 붙잡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셀러들과 구매자들의 자율 거래를 통해 서는 장터가 되길 바라고 있다. SK 문학사업팀 김재진 매니저는 “다른 테이블의 집중도가 떨어지지 않게 관리를 하고 있다”라면서 “소장품의 경우는 아직 구단 주도다. 다만 앞으로는 팬들의 소장품이 활발히 거래됐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SK는 이 ‘플리마켓’이 와이번스를 표현하는 아이템들의 집합소로 발전하길 기대하고 있다. 구단이 대량 생산으로 찍어내는 물품들이 많지만 이는 사실 차별성이 없다. 그러나 소량 생산되는 핸드메이드 제품이나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들어간 제품, 혹은 각각 사연이 있는 팬들의 애장품 등은 틈새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판매자로서는 금전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고, 구매자는 자신의 독특한 취향을 표현할 기회가 된다.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만든 업사이클 브랜드인 ‘비스퀘어드’는 이번 행사에서 구단 및 장터를 찾아온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SK의 이런 꿈이 헛된 것이 아님을 증명해보였다. ‘비스퀘어드’는 부러진 방망이를 수거, 감각적인 작업을 통해 다양한 아이템으로 승화시켰다.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이 작업에 돌입했는데 시범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제품들이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외에도 선수들의 이름이 들어간 머리띠나 팔찌 등 가벼운 액세서리 등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팬들도 눈에 띄었다. 페이스 페인팅을 전문적으로 하는 테이블은 특히 아이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는 비싼 금액을 들이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장이 될 수 있다. 구단도 이런 부문에 대해서는 권리를 조금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장려한다는 방침이다.
맹민호 매니저는 “어차피 SK의 플리마켓은 수익을 목표로 세우는 것이 아니다. SK와 시민들의 고유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더 큰 중점을 두고 있다”라면서 “이런 물품을 만드는 데 상표권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구단은 팬들의 창의성을 독려하기 위해 성명권이나 가벼운 상표권 정도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내준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좋은 반응을 얻는 제품이라면 구단 측과 함께 만들어갈 수도 있다”라고 팬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야구장’의 상식을 파괴한다
플리마켓은 시작에 불과하다. 시민들을 위해 야구장 밖을 개발하고 또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SK의 로드맵은 이미 착착 정비되고 있다. 인천SK행복드림구장을 단순한 야구장이 아닌,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 집합소로 키우겠다는 것이 SK의 야심이다.
맹민호 매니저는 “요즘은 사전 예매가 활성화되고 지정석이 많아져 보통 팬들은 경기 개시 시간에 딱 맞춰 오신다. 여기에는 경기장 입장 전에 즐길 거리가 없다는 점 또한 영향을 미친다”라면서 “야구장 안팎에서의 체류시간 자체를 늘릴 수 있도록 구단이 노력해야 한다. 꼭 야구뿐만 아니라 야구 외적인 것도 즐길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행사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SK는 앞으로 플리마켓은 물론 야구장 내에서 즐기는 뮤지컬 상영, 경기장 옆 주경기장의 캠핑 장소화 등 여러 가지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뮤지컬 상영은 야구가 없는 날 열리고, 캠핑은 야구 경기 여부와 상관없이 언제든지 주말에 즐길 수 있다. “야구장=야구를 보러 가는 곳”이라는 도식을 완전히 파괴하는 시도로 주목을 끈다. SK와 인천SK행복드림구장이 개발과 융합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얼굴을 조금씩 비추고 있다.
OSEN 김태우 기자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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