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 29일 문학 삼성전을 앞두고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 울려퍼진 소리다. 강아지 짖는 소리야 어디서든 들을 수 있지만, 야구장에서 이런 소리를 듣는 것은 생소한 일이다. 이날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 생소한 소리가 들려온 이유는 SK와이번스가 실시한 '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과 함께하는 와이번스 도그 데이(Dog Day)'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반려 동물을 사육하는 인구는 100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애완 동물'보다 '반려 동물'이라는 표현이 점차 많이 등장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최근 애완 동물은 단순히 키우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 또는 가족처럼 인식되고 있다.
펫 오너들은 가족같은 반려견과 모든 생활을 함께하고 싶어한다. 여행에 반려견을 데리고 가기도 한다. 하지만 적게는 수천 명에서 많게는 2만여 명이 모이는 야구장에서 함께 야구를 관람하는 것은 가족같은 반려견과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생각을 SK가 국내 프로스포츠 최초로 깼다. 반려견을 키우는 야구팬들의 '환상'을 현실 공간에 마련해줬다. SK는 2013년부터 하루를 '도그 데이'로 정하고 외야 그린존에 한해 반려견을 데리고 야구를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행사 진행을 맡은 조혜현 SK 마케팅팀 매니저는 "강아지를 좋아하는 구단 구성원이 제안해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상시 운영도 고민할 정도로 점점 인기가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에는 공익적인 메시지도 담으려고 했다는 것이 조 매니저의 설명이다. 야외 광장에서 멸종위기동물을 알리기 위한 특별 전시를 진행했고, 선수들은 디자인 브랜드 뉴킷과 함께 '멸종위기동물 알림 프로젝트' 일환으로 만든 패치를 부착했다. 또 유기견 센터에 사료 100㎏과 동물 영양제를 기부한다.
이날 200여 명이 반려견 100여 마리를 데리고 야구장을 찾았다. 저마다 돗자리를 깔고 가족같은 반려견을 품에 안은 채 야구를 관람했다. 유니폼을 곱게 차려 입은 반려견들도 상당했다. 더운 날씨를 걱정한 듯 연신 반려견에게 부채질을 해주면서도 햇살을 즐기는 이도 눈에 띄었다.
1년에 한 번 있는 반려견과의 관람을 즐겁게 만드는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다.
반려견을 동반해 입장한 관중들에게는 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에서 제공한 '세라퀸 영양제'와, (주)유한양행의 더 건강한 사료 '웰니스 코어' 등이 증정됐다. 경기 중 모바일을 통해 진행된 인기투표로 '와이번스 도그'를 선발하기도 했다. ‘와이번스 도그’로 선정된 강아지에게는 사료 1년치가 증정됐다.
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 이명익 과장은 "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은 펫 오너를 대상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 반려동물과 관련된 행사에 많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렇게 자연스러운 분위기의 행사는 드물다"며 "펫 오너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라 우리에게도 좋지만, 가족같은 반려동물과 함께 야구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라 펫 오너들에게 정말 좋은 행사인 것 같다"고 전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SK의 배려도 있었다. 혹시 반려견에게 응급상황이 생길 것을 대비해 충북대 수의과대학에서 의료 자원봉사를 나온 것. 2년 연속 자원봉사에 나선 수의사 백운범씨는 "집 안에만 같이 있는 것보다 함께 야구를 보면서 주인과 반려견이 더욱 친밀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많은 강아지들이 모여 화합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날 시구도 특별했다. 채널A '개밥주는 남자'에 출연 중인 주병진씨가 인기를 끌고 있는 반려견 대•중•소를 데리고 마운드에 섰다. 대•중•소를 데리고 SK 잠수함 투수 박종훈에게 시구 지도를 받고, 시구를 하느라 주병진씨가 진땀을 뺐지만 관중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했다. 대•중•소는 시구를 하러 그라운드에 나와 잔디밭을 신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반려견에게도 SK 유니폼을 입히고 그린존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이유민(25)씨는 "강아지를 사랑하고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다. 2년 연속 '도그 데이'에 SK행복드림구장을 찾았다. 챙길 것이 많기는 하지만, 그걸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는 날이 '도그 데이'다"며 "기념품도 많이 줘서 좋다"고 말했다.
이날 SK와 삼성의 경기가 펼쳐졌음에도 불구하고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반려견 '마루'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이정원(35)씨는 "넥센 경기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강아지와 함께 야구를 볼 수 있는 기회라 넥센의 경기가 아닌데도 왔다. 직접 와보니 정말 좋다. 원래 야구장에 강아지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데 같이 관람을 할 수 있게 해주니 좋다"며 미소를 지었다.
뉴시스 김희준 기자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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