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SK와이번스 마케팅의 키워드 중 하나는 '이종결합'이다. 이종결합은 '서로 다른 영역의 조화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뜻이다. SK는 스포츠의 감동과 엔터테인먼트의 즐거움을 조화시키는 '스포테인먼트 정신'을 바탕으로 팬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SK의 다양한 팬 이벤트는 팬들은 물론, 다른 구단들도 관심있게 지켜볼 정도로 한발 앞서 있다. 최근에는 요일별 이벤트를 강화하고 있는데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금요일 홈 경기마다 선보이는 ‘불금 데이’다. 쉽게 말하면 클럽, 콘서트장 등 젊은이들이 모이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흥겨운 댄스 파티를 야구장으로 옮겨온 것이다. 다른 구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로 SK는 시즌 첫 홈 금요일 경기인 지난 4월17일 LG전에 처음 선보였다.
‘불금 데이’를 기획한 김재웅 마케팅팀 매니저는 “프로야구는 월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에 경기가 열리는데 팬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요일별 이벤트를 만드는게 SK 마케팅의 목표다. 이미 수요일은 ‘우먼스 데이’, 목요일은 ‘직장인 데이’, 토요일은 ‘패밀리 데이’ 등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금요일은 한 주를 마감하는 날인 만큼 업무 스트레스를 날리는 날로 정하고 팬들이 불타는 금요일을 야구장에서 보냈으면 하는 마음에서 ‘불금데이’를 만들었다”고 기획 배경을 소개했다.
일단 팬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첫 이벤트 때는 경기에서 졌지만 경기 뒤에도 1,000여 명이 남아 ‘불금데이’를 즐겼다. 두번째 행사인 5월8일 삼성전에서는 3-0 승리와 함께 이어진 ‘불금 데이’ 행사에서 약 2,000명이 승리의 여운을 누렸다. 지난 겨울 국내 최고 수준의 음향 설비로 새 단장한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 이날마다 무빙LED, 사이키 등 화려한 조명까지 더해져 클럽의 뜨거운 열기에 못지 않을 만큼 야구장이 달아오른다.
5월29일 넥센전에 열린 세 번째 ‘불금 데이’도 뜨거운 호응 속에 마쳤다. 이날 6,523명의 관람객이 SK행복드림구장을 찾은 가운데 약 3분의 1인 2,000명 정도가 남아 스트레스를 날려보냈다.
오랜만에 인천SK 행복드림구장을 찾았다는 김재호(29)씨는 “사실 오늘 경기 전까지 '불금 데이'에 대해 잘 몰랐다. 경기 종료 후, 전광판에 안내가 나와서 함께 즐기다 보니 너무 신나고 스트레스도 풀리는 것 같다. 여느 클럽 못지 않았다”라며 매우 만족해 했다.
인천에 사는 김동윤(26)씨는 “처음 경험했는데 진짜 재미있었고 클럽 같았다. 앞에 나가서 춤추고 싶었는데 진짜 아쉽다. 잘 출수 있는데”라며 웃었다. 이어 "야구장에 자주 오는데, 이렇게 신선한 이벤트는 처음이다. 이런 이벤트가 있는 날에는 매번 오고 싶다"며 만족해 했다.
‘불금 데이’는 최근 트랜드를 따라가기 위한 치열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김 매니저는 “‘불금 데이’는 어쩌면 7~8년 전에 시도했다면 욕 먹을 수도 있는 이벤트”라며 “어느 팀이든 마케팅 부서에서는 최신 트랜드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한다. 특히 20~30대의 관심, 야구팬들의 욕구는 물론 야구장에서 어느 정도 이벤트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실 ‘불금 데이’는 처음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걱정도 많았다. 그런데 첫 행사 때 경기에서 지고도 많은 분들이 호응해주셔서 성공 가능성을 느꼈다.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다보면 팬들의 반응을 볼 기회가 많은데 ‘불금 데이’에 대해서 ‘이런 행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많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SK는 경기 뒤 20분짜리 행사를 위해 장비와 퍼포먼스 섭외 등으로 약 500만원 정도의 예산을 별도로 책정할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야구장 이벤트인 만큼 승패에 분위기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벤트를 주도하는 응원단장과 치어리더의 역할이 그래서 더 중요하다. 경기 승패를 떠나 SK팬들이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한다. 졌을 때는 응원단장이 “패배의 스트레스를 이 자리에서 다 풀고 가자”며 흥을 돋군다. 이겼을 때는 물론 별 말이 필요없다.
김 매니저는 “이번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야구팬들의 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다들 일어서서 즐기는 모습을 봤을 때 나도 놀랐다. 야구팬들의 열기가 역시 뜨겁다. 우리나라에 맞는 이벤트인 것 같다”고 했다.
아직 시작인 만큼 ‘불금 데이’는 아직 보완할 점은 많다. 야구라는 종목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더욱 다채로운 이벤트를 구상 중이다. 김 매니저는 “한주를 마감하는 금요일에 오시는 팬들은 적지 않은 기회비용을 포기하고 야구장을 찾는 것이니 더 재미있는 ‘불금 데이’를 만들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스포테인먼트’를 향해서는 갈 길이 멀다. 김 매니저는 “야구장에서 즐거운 경험이 그라운드로 한정되서는 안된다. 시즌 모든 경기에서 전승을 할 수는 없다”면서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큼은 단순히 승패 가치만이 아니라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최대의 만족감을 드리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SK 마케팅팀은 앞으로도 요일별 이벤트 데이를 강화할 계획이다.
김 매니저는 “한 명의 팬이라도 요일별 이벤트를 알고 오실 수 있도록, 또 야구장을 찾을 때마다 다른 느낌과 즐거움을 드릴 수 있도록 더 연구하겠다”고 했다.
이정호 스포츠경향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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