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트(ALTㆍAlternateㆍ대안) 유니폼. 제3의 유니폼을 의미한다. 미국 메이저리그뿐만 아니라 이제는 한국프로야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야구팬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하나있다. 바로 국내 최초로 얼트 유니폼을 도입한 구단이 SK와이번스라는 점이다.
SK는 2002년 ‘꿈★의 유니폼’을 시작으로 승리의 유니폼, 인천군(仁川軍) 유니폼, 사랑의 유니폼, 그린 유니폼, 100만 관중 기념 유니폼, 패밀리 유니폼을 잇달아 선보였다. 특히 올 시즌은 일요일 홈 경기마다 1947년 도시대항야구대회에서 우승을 거둔 인천군 유니폼을 착용하고 팬들 앞에 설 예정이다. 이 유니폼은 2005년과 2014년 한 차례씩 입고 경기에 나서 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지금부터 2002년부터 시작된 SK의 얼트 유니폼을 하나씩 살펴보자.
●꿈★의 유니폼(2002)
2002년은 SK가 인천에 뿌리 내린 3년째이자 문학구장이 개장한 첫 해다. 당시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팀의 전신(前身)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루는 것이 트렌드였다. 지역 밀착 마케팅에 힘쓰던 SK도 이 방법을 택했다. 인천을 연고로 하는 최초의 팀 삼미 슈퍼스타즈의 1982년 창단 홈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고자 했다. 그러나 삼미의 후손임을 자처한 현대 유니콘스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에 SK는 삼미의 원조 유니폼에 약간의 변화를 줬다. 왼쪽 가슴에 새겨진 별 무늬에 ‘S’가 아닌 ‘SK’를 새기고, 그 아래 ‘슈퍼스타즈’ 문구를 ‘WYVERNS’로 바꿨다. 한국 야구 최초의 얼트 유니폼이 완성된 순간이다. 이를 '꿈★의 유니폼'이라고 정한 배경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강렬한 메시지를 남긴 ‘꿈★은 이루어진다’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유니폼을 입은 경기는 8월 24~25일 문학 두산전이다. '꿈★의 유니폼' 제작에 참여했던 류선규 현 전략기획팀장은 “박찬호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전신 워싱턴 세너터스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을 보고 괜찮겠다 싶어 벤치마킹 했다”며 “그 때만 하더라도 인천에 팬들이 많지 않아 하루빨리 지역에 정착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승리의 유니폼(주말 유니폼ㆍ2003)
사실 SK의 초창기 유니폼은 팬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에 SK는 주말 경기 유니폼 디자인 공모를 진행했다. 공모 결과 웹 디자이너 김도현씨의 작품이 선정됐다. 이 유니폼은 흰색 바탕에 가운데 파란색 두 줄이 들어갔다. 양 소매 부분은 당시 구단의 상징색인 파란색으로 처리했다. 가슴에는 연고지 인천의 영문 표기 ‘Incheon’과 SK그룹 로고를 넣었다. 하의는 기존 유니폼과 같은 옷을 입었다. 이 유니폼은 9월 13~14일 문학 삼성전에 입었다.
주말 유니폼은 어느새 '승리의 유니폼'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 유니폼을 착용한 경기에서 매우 높은 승률을 거둔 결과다. 특히 9월13일 경기에서 0-4로 뒤지다 9회말 조원우의 극적인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5-4로 이긴 경기가 계기가 됐다. SK는 이후 페넌트레이스 종료 때까지 홈 경기에서 행운이 깃든 승리의 유니폼을 착용했고, 결국 페넌트레이스 4위로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인천 유니폼(2005)
2003년 승리의 유니폼과 같은 디자인으로 제작했으나 가슴에 표기된 ‘Incheon SK’의 글씨체를 바꿨다. ‘Incheon’ 문구 위에는 인천광역시의 로고를 연상시키는 무늬를 첨가했다. 이 유니폼은 단발성 이벤트 유니폼이 아닌 상시 착용 유니폼으로 제작했다. 매 홈 경기 중 두 번째 경기(수요일, 토요일)마다 착용했다. 이 유니폼을 입은 날에도 성적이 좋았고, 팬들에게도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인천군 유니폼(2005ㆍ2014)
한국야구 100주년과 인천야구 100주년을 기념하고자 만들었던 얼트 유니폼이다. 1947년 4대도시 대항 전국야구대회에서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한 인천 대표 야구팀 인천군(仁川軍) 팀의 유니폼을 재현했다. 원래 유니폼보다 소매가 길고 흰색이 아닌 베이지색을 띄는 유니폼으로 가슴에는 인천의 영문 표기 ‘INCHUN’을 새겼다. 전형적인 1940년대 유니폼 스타일이다. 이 유니폼은 2005년 6월18~19일 문학 롯데전에 입었고, 2014년 10월7일 문학 NC전을 ‘레전드 데이’로 정해 다시 한번 착용했다. 올해에는 신규 홈ㆍ원정 유니폼과 함께 영문 표기 ‘INCHEON’을 새긴 인천군 유니폼을 동시에 공개했다.
●사랑의 유니폼(2007)
2007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인천시지부와 협약을 맺고 사랑의 유니폼을 만들었다. 지역 사회 유대 관계 강화를 위한 취지다. 류선규 팀장은 “스페인 프로축구 바르셀로나가 2006년 유니세프 로고를 유니폼에 새기기로 합의한 것을 보고 추진했다”고 밝혔다. 사랑의 유니폼에는 이웃사랑 고취를 위해 우측 가슴에 사랑의 열매 그림을 새겼다. 뒷면에는 선수의 본명 대신에 ‘팬사랑’이라고 일괄적으로 넣었다. 토요일 홈 경기마다 입은 이 유니폼을 통해 기금을 적립하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SK와이번스 이후 롯데 자이언츠도 2011년부터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유니세프 데이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선수들은 유니세프 유니폼을 착용해 롯데와 유니세프의 사회공헌활동을 알리고 야구장 곳곳에서 후원 모금 활동을 전개했다.
●그린 유니폼(2010~2014)
세계 최초로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친환경 고기능성 그린 유니폼이다. 폐페트병 5~6개 정도의 양으로 유니폼 하나를 만들 수 있다. 그린 유니폼 제작을 통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30%나 줄이고 석유자원 사용 및 에너지 발생량 감소 효과까지 있다. 그린 유니폼은 초록색이 아닌 흰색 바탕으로 제작했고, 소매 부분에만 연두색이 들어가 있다. 앞면에는 팀명 대신 ‘Let’s go Green’이라는 녹색 스포츠 캐치프레이즈를 새겼다. 선수들의 이름과 등번호는 녹색으로 표기했다. 이 유니폼은 2010년부터 매 시즌마다 ‘그린데이’를 정해 착용하고 있다.
●100만 관중 기념 유니폼(2012)
2012년 팀 창단 최초이자 인천 연고 팀으로는 처음으로 단일 시즌 100만 관중 돌파를 기념해 만든 유니폼이다. 9월15일 문학 KIA전에서 100만 관중 돌파 후 이튿날 이 유니폼을 착용했다. 디자인은 어깨, 옆구리 부분에 빨간색으로 라인을 맞췄으며 오른쪽 가슴 아래에는 세 번의 우승을 뜻하는 별 3개와 왼쪽 가슴 아래에는 ‘ONE Million’ 이라고 새겼다.
●패밀리 유니폼(2014)
야구장에서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자는 뜻을 담아 ‘패밀리 데이’를 만들었다. 동시에 이날 입는 패밀리 유니폼도 제작했다. 유니폼의 팔과 어깨 부분은 빨간색, 어깨와 옆구리 부분은 검은색으로 라인을 맞췄다. 오른쪽 가슴 아래에는 ‘I LOVE FAMILY’ 패치를 부착했다. 이 유니폼을 착용하고 치른 첫 경기는 7월26일 문학 넥센전이다.
김지섭 한국스포츠경제 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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