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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W]전국방방곡곡, 하루 4경기, 스카우트팀의 하루

SSG 랜더스 2018. 8. 6. 10:00

 

 

메이저리그에서는 신인선수를 뽑는 일을 '달빛 속에서 미인 고르기'라고 표현한다. 전국 곳곳에 숨어 있는 최고의 재목들을 골라내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의미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른 법. 잘 고른 신인 한 명이 구단의 10년을 결정할 수도 있다.

 

스카우트들의 임무가 그래서 막중하다. '잘해도 본전, 못하면 역적'이라 더 힘든 직업이다. 신인 선수가 입단 첫 해부터 빛을 보는 사례가 점점 줄어드는 시대라 3∼4년 뒤의 장래성까지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하지만 분명히 보람도 있다. 고르고 골라 뽑은 선수가 1군에서 마침내 제 기량을 뽐내는 순간, 비로소 스카우트들은 두 발을 뻗고 잠을 청한다.

 

SK 와이번스 스카우트 그룹도 그렇게 1년을 살고 있다. 수많은 유망주들 가운데 SK의 미래를 밝힐 선수들을 찾기 위해 매일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활짝 연다. 그들은 어떤 노력을 하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스카우트팀의 1년은 바쁘게 흘러간다. 한 시즌이 끝나면 이듬해 1월까지 다음 시즌 지명 대상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 살펴 본다. 해마다 고3 야구 선수 1000명 정도가 졸업을 하는데, 그 가운데 이전 데이터를 바탕으로 250명에서 300명 정도를 1차로 추려낸다. 그 다음엔 1월 중순부터 3월 초까지 지방 곳곳을 돌아 다닌다. 경기도 보고 훈련하는 태도도 자세히 보면서 대상자 폭을 더 좁힌다. 지난해 경기에 안 나온 선수들 가운데 올해 잘 하는 선수가 갑자기 튀어나올 수도 있고, 반대로 잘 하던 선수의 실력이 더 좋아지거나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3월 초중순부터는 서울권부터 리그가 시작된다. 그 후에는 야구장에서 끊임없이 야구를 보거나 다시 전국의 학교를 찾아 다니면서 신인 지명 준비를 한다. 봐야 할 학교는 100개가 넘으니 하루에 한 학교씩만 찾아도 3개월이 훌쩍 지나가는 셈이다. 뽑고 싶은 선수는 여러 차례 살펴 봐야 하는데, 준비 기간은 200일이 조금 넘으니 폭 넓게 파악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전국대회 기간 업무는 특히 고되다. 일주일 넘는 기간 동안 하루에 서너 경기가 매일같이 열린다. 오전 9시에 첫 경기를 시작하고, 마지막 경기는 오후 10시가 넘은 시간에 끝나기도 한다. 그 경기를 다 봐야 한다. 그렇다고 어느 한 경기 허투루 봐선 안 된다. 첫 세 경기를 열심히 보다 마지막 네 번째 경기를 건성으로 지나치면, 자칫 그 경기에 나온 보석들을 놓칠 수 있어서다. 스카우트팀의 판단과 결정에 선수들의 인생이 달렸다고 생각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혹서기나 혹한기도 예외는 없다. 혹독한 추위, 더위와 싸워가며 선수들을 관찰한다.

 

오후 10시에 당일 경기가 끝났다고 해서 스카우트의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그날 본 선수들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선수들을 찍은 영상을 편집한다. 매주 회의도 한다. 관심 있게 본 선수들을 지명 후보 리스트에 넣었다 뺐다 하는 작업이다.

 

이동거리 또한 만만치 않다. 위로는 속초, 아래로는 고흥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선수들을 관찰한다. 하루에 6시간 이상 장거리 운전을 하는 날도 있다. 1년간 총 이동거리는 40,000km 가까이 된다. 1년마다 한번씩 세계일주를 하는 셈이다.

 

6월 1차 지명이 끝날 때까지는 연고지 후보 선수 위주로 지켜 보고, 그 주변에서 열리는 게임들을 보면서 다른 대상자를 체크하는 방식으로 일을 한다. 1차 지명 행사가 끝나면, 곧이어 다가오는 신인 드래프트를 본격적으로 대비한다.

 

신인 선수를 선발할 때 각 구단마다 선수를 보는 관점과 입장이 많이 다르다. SK가 4라운드에 뽑겠다고 생각한 선수가 있어도, 그 선수가 너무 필요한 다른 구단에서 2라운드에 먼저 뽑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어떤 팀이 어느 선수를 보고 있는지도 사전에 파악을 해놓아야 지명 전략을 잘 짤 수 있다. 그래서 스카우트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한다. 서로 늘 같은 야구장에서 만나면서 친하게 지내지만, 선수 스카우트는 결국 정보 싸움이기도 해서 다른 구단에 숨겨야 할 부분도 있다.

 

선수 선발 과정에서 SK만의 전략을 물었더니 ‘영업 비밀’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다만 “SK는 근성 있는 선수, 열심히 뛰는 선수를 원한다”고 했다. 그래야 프로에 와서도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때 열심히 안 하던 선수가 프로에 와서 갑자기 열심히 하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이 역시 구단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천차만별이다. 야구만 잘하면 뽑는 팀도 있고, 부상 당하지 않는 내구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팀도 있다.

 

그럼 스카우트들은 과연 선수를 뽑을 때 어떤 방식으로 관찰하고 분류할까. 가장 먼저 관심 있는 선수들은 수시로 계속 체크한다. 소속 학교에 여러 차례 불시에 찾아가 훈련 태도를 몰래 지켜본다. 앞에 나타나 지켜 보고 있으면 선수가 갑자기 너무 열심히 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평소 생활이 어떤지 알 수가 없다. 선수와는 직접 접촉할 수 없기 때문에 감독이나 코치와 대화를 많이 나눈다. 최대한 선수를 많이 보면서 팀에 있는 같은 포지션의 선수와 겹치는지, 안 겹치는지 비교도 해본다. 비슷한 유형의 선수만 계속 뽑으면 팀이 발전할 수 없어서다. 처음부터 방향을 잘 잡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스카우트의 한 시즌은 쉴 틈 없이 돌아간다. 그러나 지치고 힘든 스케줄을 소화하고 나면 스카우트만이 느낄 수 있는 성과와 보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선수를 지명하고 계약하는 순간을 지켜볼 때가 특히 그렇다. 본인이 뽑은 선수가 단시간에 1군에 올라와 기대만큼 플레이를 하면 그것도 보람차다. 가끔 '뽑아줘서 감사하다'고 연락을 하는 선수들도 있다. 스카우트도 그렇고 아마추어 지도자들도 그렇고, 그런 보람을 원동력으로 삼아 일한다.

 

일간스포츠 배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