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11년만에 세차례 우승한 SK가 또 다른 황금기를 준비하고 있다. 퓨처스리그에서 땀흘리는 그들이 미래의 주인공이다. 특히 4번 타자 고민이 끊이지 않았던 SK에서 차세대 거포 이야기가 나오면 빠짐없이 거론되는 이름이 있다. 4년차 외야수 김도현(22)이 그 가운데 한명이다.

 

김도현은 2011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넥센에서 SK로 이적한 선수다. 광주 진흥고 출신의 김도현은 그해 드래프트에서 7순위로 지명돼 계약금 4500만원을 받은 기대주다.

 

지난해 플로리다 스프링캠프 첫 자체청백전에서 첫 타석에서 만루홈런을 날려 당시 이호준의 FA 이적을 메울 카드로 거론되는 등 차세대 중심타자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만수 감독은 “4번 타자로 쓸 수 있는 파워를 갖고 있는 타자다. 힘을 싣는 능력만 키우면 좋은 거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후 기록상으로도 김도현의 급격한 성장세를 엿볼 수 있다. 김도현은 지난해 퓨처스리그 73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6푼7리, 13홈런 53타점 41득점 7도루를 기록했다. 홈런은 북부리그에서 공동 2위의 성적이었다. 

 

올해에는 한층 물오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31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3푼3리(96타수32안타) 7홈런 27타점 26득점 2도루(6월2일 기준)의 빼어난 성적을 기록중이다. 삼진이 줄면서 볼넷은 증가했고, 거의 안타수와 비례하는 타점 생산 능력을 보여주면서 차세대 4번 타자라는 평가가 어색하지 않는 기량을 증명하고 있다.

 

 

-올해 모든 면에서 기량이 좋아진 것 같다.

 

“2군에서 뛰면서 부족한 점을 많이 느껴 사실 지난 겨울에 상무 입대를 하려고 했다. 나한테는 그만큼 절실한 결정이 되는 한해였다. 1군에서 뛰기 위해서는 2군에서 확실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열심히 훈련했다. 내가 힘이 좋은 타자이다 보니 상대 투수가 좋은 공을 주지 않는다. 또 빠른 공에 대응을 하니까 변화구 유인구가 많았다. 내가 치기 좋은 공을 기다리기 위해서는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선구안을 키우고, 변화구 대처 능력을 집중 훈련했다. 박경완 (2군)감독님과 강혁 타격코치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 현재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지만 더워지면서 체력이 떨어졌을 때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가 중요하다.”

 

-퓨처스리그지만 올해 성적이 대단하다.

 

“그 가운데서도 삼진이 줄면서 볼넷이 많아진 것이 만족스럽다. 상무에 지원했다가 타율에서 밀려 떨어졌다. 그 동안 타율에는 신경쓰지 않았는데 이런 경험 때문인지 중장거리 타자이면서도 타율이 높아진 점도 기분이 좋다. (안타수에 비해 타점이 많다는 얘기에) 올해 초반 너무 못쳐서 시합도 못나가던 시기가 있었는데 강혁 코치님과 열심히 준비했다. 홈런도 욕심이 나지만 타점 1위를 한번 해보고 싶다.”

 

-차세대 중심타자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만수 감독님이 기회를 여러번 주셨는데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아 죄송하다. 캠프에서는 잘하는데 이후에 내가 기회를 잡지 못했다. 외야 자원이 워낙 탄탄하고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그건 핑계다. 기회는 언젠가 오리라 생각하고 긍정적인 생각만 하고 있다. 기회를 잡는 것은 내가 실력으로 돌파해야 할 일이다.”

 

-야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초등학교 3학년 때 체육시간에 배드민턴을 하는 시간이었다. 라켓으로 친구들과 야구하다 당시 야구부 선생님이 ‘야구부에 들어오라’고 하셨다. 내가 체격이 좋아서 그런 것 같다. 그때는 야구보다 축구를 좋아했다. 별로 내키지 않았는데 유니폼을 보고 나서 ‘한번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야구부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그리 잘하는 실력이 아니었다. 한번 운동을 하면 프로가 되는 줄 알고 그냥 열심히 했더니 지금까지 왔다.”

 

-요즘 야구를 잘하는 모습에 부모님 기대감도 높아지셨을 것 같다.

 

“운동을 시작할 때 어머니는 반대하셨는데 아버지는 밀어주셨다. 아버지는 고교 때까지 농구를 하셨는데 성공하지 못해서 아들의 운동을 밀어주신 듯 하다. 아직 부모님의 기대에 못미쳐 죄송스런 마음 뿐이다. 작년까지는 기록을 많이 챙겨 보시더니 부담주기 싫으신지 기록도 잘 안보시고, 많이 말씀도 안하신다. 올해 조금 나아졌지만 더 분발해서 앞으로 아들이 야구하는 모습을 재미있게, TV로 보실 수 있도록 하겠다.”

 

-올 시즌 큰 슬럼프가 있었다고 하던데.

 

“강혁 코치님께 고마운 점이 많다. 개막 이후 야구도 뜻대로 안되고, 기회도 적어지면서 야구를 그만 둘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코치님이 훈련도 하기 싫어하는 나를 붙잡고 거의 전담으로 저한테 많은 신경을 써주셨다. 늘 좋은 문구가 있으면 얘기해주시면서 힘을 북돋아 주셨다. ‘지금은 1군에 자리가 없지만 젊으니까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 꼭 기회는 온다’며 포기하지 않도록 이끌어 주셨다. 아마 코치님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내가 겉으로는 밝지만 속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편인데 그런 부분까지 생각해서 최대한 스트레스를 안주려고 하신다.”

 

-오랜 2군 생활은 힘들다.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하는 노하우는 무엇인가.

 

“보통 영화를 보거나 노래를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신나는 노래보다 발라드를 많이 듣고,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차분해지는 느낌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M.C. The Max와 이승기를 좋아한다.”

 

-최근 동갑내기 박계현이 1군에서 깜짝 스타로 등장했다,

 

“계현이와는 중학교 동창이다. 광주 출신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어울려 친하다. 첫 안타를 쳤을 때 ‘축하한다. 앞으로도 잘해라’라고 응원해줬다. 포지션이 달라 경쟁하는 위치는 아니지만 워낙 자신감이 넘치는 친구이고 열심히 해서 잘할 줄 알았다. 배울 것도 많다. 계현이를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도 하면서 나도 상상을 해봤다. 1군에 콜업됐을 때 ‘그만큼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친구가 잘하니까 좋은 자극제가 된다.”

 

-자신의 장점은 무엇인가. 1군에 오르기 위해 보완할 점은.

 

“힘이다. 잘 치지 못하가다도 언제든 장타를 기대할 수 있는 타자다. 강하게 치지 않아도 멀리 보낼 수 있다. 하지만 1군에서 뛸 때는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내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좌투수에 대한 약점은 늘 노력하는 부분이다. 1군에서 만난 투수들은 모두 좌완이었다. 처음에는 류현진(당시 한화)이었는데 삼진 2개를 당했고, 이후 (넥센 앤디)벤헤켄을 두서너번 만나 5-6차례 타석에서 삼진 3개를 당했던 것 같다. 좌투수가 나왔을 때 내 이름이 먼저 떠오르게 하고 싶다. 다른 부분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데 좌투수를 상대로는 아직 부족하다. 또 1군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공격만 잘해서는 어렵다. 수비도 꼭 뒷받침되야 한다.”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안타, 홈런을 못치더라도 자기 스윙을 하는 선수, 쉽게 죽지 않아서 다음 타석에 더 기대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돈도 많이 벌고 싶고, 명예도 중요하지만 늘 초심을 잊지 않고 신인처럼 항상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겠다.”

 

-팬들에게 인사를 한다면.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길게 보고 있다. 지금은 SK팬들이 제 이름을 잘 모르시겠지만 퓨처스리그부터 타율, 타점,  홈런을 차근차근 올려서 그 성적을 그대로 1군에서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

 

이정호 스포츠경향 기자 alpha@kyunghyang.com

 

Posted by SK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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