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新人). 말 그대로 새로 등장한 사람이다.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고 흘러가듯, 새로운 선수가 새 시대를 열기 마련이다. SK 우완투수 하재훈(29)과 내야수 김창평(18)이 SK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 캠프에 이어 일본 오키나와 캠프까지 완주한 둘은 SK의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에 감탄하며 ‘비룡군단’의 주축으로 그라운드에 서는 순간을 꿈꾸고 있다.
베테랑 신인 하재훈 “내 야구는 이제 시작!”
하재훈은 아직 KBO리그 데뷔도 하기 전이지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의 빠르고 묵직한 공이 입소문을 타고 캠프지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언론을 통해서도 연일 다뤄졌다. 외야수에서 투수로의 전향을 본격적으로 준비한지 6개월 정도 됐을 뿐인데 하재훈의 구위는 매섭다. 직구만 놓고 보면 당장 1군 무대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11월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서 149km를 찍었던 그의 최고 구속도 155km까지 올라갔다. 구속뿐 아니라 공의 회전수가 워낙 좋다. 공 끝이 끝까지 살아 포수 미트에 꽂힌다는 얘기다. 하재훈은 엄청난 속도로 투수 전향에 적응해가고 있다.
하재훈의 인생 스토리도 드라마틱하다. 하재훈은 2009년 마산 용마고를 졸업하고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다. 외야수로 빅리그 도전에 나섰지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한국 복귀를 결심했다. 해외파 복귀 선수 2년 유예 조항 탓에 2016년 일본 독립리그 도쿠시마에서 뛴 하재훈은 독립리그에서의 활약을 발판삼아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와 계약했다. 하지만 1군에서 17경기(타율 0.225)를 뛴 게 전부였다. 2017년 다시 일본 독립리그로 돌아가 외야수와 투수로 뛰었고, 이 때 SK 염경엽 감독(당시 단장)이 직접 일본으로 날아가 하재훈을 직접 확인하며 투수로서의 가능성을 높게 샀다. 염 감독은 “하재훈을 직접 보니 투수로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다. 외야수보다 투수로 해보자고 설득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하재훈은 2019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6순위로 SK에 지명됐다. 투수보다 외야수로 뛴 시간이 많지만 SK는 체계적으로 하재훈의 투수전향을 관리하고 적응을 도왔다. 하재훈은 “처음에는 ‘투수로 성공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확실히 체계적으로 관리해주고 도와주니 편하게 투수로서의 몸을 만들었다. SK 캠프를 치러보니 왜 이 팀이 좋은 팀인지를 알겠더라.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서도 훈련 시스템 등이 뒤지지 않는다”면서 “갈수록 구속도 올라오고 구위가 좋아지는 게 느껴진다. 직구뿐 아니라 커브, 슬라이더, 포크볼도 원래 던졌다. 직구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미소지었다.
염 감독은 신인 선수의 1군 무대 연착륙을 돕는 최고의 조력자다. 넥센(현 키움) 사령탑 시절부터 경기수, 투구수, 이닝수 등을 관리하며 1군 무대에 적응시킨 지도자다. 하재훈 역시 당장 1군 불펜 주력투수로 활용하지 않고 편안한 상황에서 등판시킬 계획이다. 하재훈은 “구종 테스트나 볼을 던지는 패턴 등을 시범경기까지 계속해서 맞춰볼 계획이다. 구속만으로 좋은 투수가 될 수 없다. 보완할 부분들을 채워가겠다. 부담도 없다. 멘탈도 자신있다”면서 “마흔살까지 던지고 싶다. 내 야구인생은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고졸 신인 김창평 “기회는 온다!”
하재훈은 뒤늦게 한국 무대를 밟았으며 신인이지만 적지 않은 나이다. 그러나 김창평은 미국과 일본 캠프를 모두 소화한 유일한 고졸 신인이다. 하재훈과 나이 차는 10살이 넘는다. 그러나 김창평은 이례적으로 플로리다 1차 스프링캠프부터 오키나와 2차 캠프까지 동행했다. 앞으로 SK 내야를 책임질 선수로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고교시절부터 대형 유격수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은 김창평은 2019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6번으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인인 그는 캠프 기간 내내 선배들의 귀여움도 독차지했다. 선배들을 행여 김창평의 기가 죽을까 칭찬하느라 바빴다. 김창평은 “선배들이 캠프 기간 내내 많이 신경써주셔서 걱정한 것보다 캠프를 잘 소화한 듯 하다. 분위기가 확실히 좋다. 선,후배 사이의 끈끈함이 느껴졌다”면서 “나도 SK의 주축선수로 빨리 올라서고 싶다”고 말했다.
김창평은 하재훈과 달리 고졸 신인이고 아직 어리다. 팀 구성상 올해보다 후일 기회를 잡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염 감독도 “(김)창평이는 SK의 미래다. 올해보다는 내년을 생각하고 있다. 일부러 캠프에 데려왔다. 분위기를 익히고 경험을 쌓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번 캠프에서는 일단 부족한 수비력을 보완하는데 집중했다. 김창평은 “훈련 시간은 길지 않지만 집중도가 높다. 고등학교 때에 비해 SK 캠프 훈련 효율성이 높은 것 같다. 감독님께서 별도로 훈련 스케쥴을 더 주셨지만 힘들지 않았다. 훈련량이 많다는 것 감독님께서 관심을 가져주신다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밝혔다.
비록 즉시전력감이 아니라는 평가지만 현실에 안주할 생각은 없다. 김창평은 “내 장점은 공격이다. 이 부분을 극대화하기 위한 준비도 많이 했다. 신인이지만 안정적인 플레이, 누가 봐도 안정감이 느껴지는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 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연습경기에선 교체 출전해 3루타와 볼넷 1개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창평은 “프로의 높은 벽을 넘으려면 기본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군에서 기회를 잡게된다면 놓치지 않겠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신인상도 노려보고 싶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하재훈은 당장 올시즌부터 1군 무대에서 뛸 전망이다. 반면 김창평은 미래 자원이다. 하재훈과 김창평은 나이 차도 많이 나지만, 그래도 둘은 입단 동기다. 신인으로서 함께 캠프를 소화한 하재훈은 형처럼 김창평을 신경쓰고 살폈다. 포지션이 달라 훈련 일정이나 동선이 달라도 마주칠 때마다 따뜻하게 웃어주고 장난도 걸며 입단 동기로서 힘이 되어줬다. SK의 미래를 책임질 하재훈과 김창평은 ‘디펜딩 챔피언’ SK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포츠서울 이웅희 기자(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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