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이승엽 이대호 류현진 같은 선수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게 결코 아닙니다. 한국 야구라는 나무에 박찬호 이대호, 류현진이라는 큰 열매가 열리려면 그보다 훨씬 이전에 누군가 씨앗을 뿌리고 물을 줘야 합니다.
14일 오전 서울 리베라 호텔에서 열린 '제3회 SK 야구 꿈나무 장학금 전달식'은 SK 와이번스가 한국 야구를 위해 조용히 뿌린 희망의 밀알이었습니다.
◇ 꿈나무 장학금 전달식 성황리 진행
SK 야구 꿈나무 장학금은 지난 2009년 KBO 제6차 이사회에서 현대구단 연고지 분할 보상금 재정산을 통해 SK와이번스가 확보한 16억원 가운데 11억원을 대한야구협회에 기탁해 조성한 기금에서 발생되는 이자수익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세번째 수상자를 배출했습니다.
수상자는 올 시즌 전국대회 성적과 대한야구협회 각 시·도 지부의 추천을 근거로 SK와이번스와 대한야구협회가 공동으로 선정한 21명의 초,중,고 야구선수들이며, 초·중·고교 별로 대상(300만원) 각 1명과 우수상(150만원) 각 6명을 선정해 상금 3,600만원을 전달했습니다.
행사는 구단 장순일 마케팅 그룹장의 경과보고로 시작됐습니다. 이어 SK 신영철 대표이사의 인사, 강승규 대한야구협회장, KBO 양해영 사무총장의 인사말이 이어졌습니다. 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야구계 모두가 프로야구의 흥행 성공에 도취되어 있고, 그 근간이 되는 아마 야구에 무신경할떄 SK 구단이 이런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한국 야구계의 근간을 튼튼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매우 뜻깊은 행사입니다"라며 SK 구단에 고마움을 표현했습니다.
◇ 이 이름을 기억해 주세요
이 행사에서 장학금을 받은 선수들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넥센 한현희(1회 고등부 우수상), NC 윤형배(2회 고등부 대상) 선수를 포함해 지난 1,2회 고등부 수상자 총 14명 중 12명 선수가 이듬해 열린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됐으며, 특히 2회 수상자 화순고 최민재 선수와 충훈고 유영하 선수는 올해 실시된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SK와이번스에 지명돼 입단한 바 있습니다.
지금부터 이번 수상자들의 명단을 살펴보겠습니다.
초등학교 부문에서는 올해 전국대회에서 27타수 20안타, 타율 0.741, 19.2이닝, 방어율 2.25의 성적으로 투.타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인 경기도 안양 연현초등학교 김태원(투수 겸 내야수)가 영예의 대상에 선정됐고, 우수상은 임재경(광주 학강초) 공준서(인천 숭의초) 안영준(대전 신흥초) 심기정(충북 석교초) 문규(전북 군산남초) 이정우(제주 신광초)가 뽑혔습니다.
중학교 부문은 올해 전국대회 20타수 7안타, 타율 0.350, 21.1이닝, 방어율 3.43으로 투.타에서 뺴어난 성적을 낸 광주 무등중학교 김현준(투수 겸 내야수)가 대상에 선정됐고, 우수상은 이진영(서울 선린중) 김민성(대구 경상중) 김영기(울산 제일중) 이신환(강원 설악중) 김승준(강원 원주중) 이상혁(경남 창원신월중)이 선정됐습니다.
고등학교 부문 대상은 올해 전국대회에서 71.2이닝, 방어율 2.13을 기록한 상원고 투수 이수민이 선정됐습니다. 우수상은 김주형(경남고 내야수) 이건욱(동산고 투수) 김하성(야탑고 내야수) 이국필(공주고 내야수) 박계범(효천고 내야수) 이재훈(포철공고 외야수) 박계범(효천고 내야수)이 받았습니다.
이들의 이름을 기억해 주십시오. 몇년 혹은 십수년 후 이들이 박찬호 류현진 이대호를 뛰어넘는 선수가 될 수 있습니다.
◇'드림캡슐21'에 담긴 유망주들의 소망
이날 행사에서는 뜻깊은 이벤트도 많았습니다. 우선 SK의 주축 선수들인 박정권, 윤길현, 윤희상이 21명의 수상자와 멘토-멘티 관계를 맺었습니다.
윤길현 선수는 자신과 멘토-멘티 관계를 맺게 된 선수들을 일일이 포옹하는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인 뒤 "제가 어릴 때 이런 상을 받았다면 아마 꿈과 희망이 생겼을 것 같아요. 그랬다면 지금보다 더 야구를 잘하지 않았을까요? 왜 내가 학교를 다닐 땐 이런 좋은 행사가 없었는지 아쉽네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윤길현은 "저의 멘티가 된 선수들이 힘든 일이 생기면 언제든 구단을 통해 연락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럼 언제라도 친절하게 가르쳐 주고 싶어요"라고 멘토 역할에 대한 의욕을 보였습니다.
수상자들이 자신의 소망을 야구공에 적어 드림 캡슐에 넣는 행사도 있었습니다. 이날 수상자인 초중고생들은 다양한 소원을 야구공에 적었는데요. 임재경(광주 학강초)은 공에 "나는 SK에 입단해 20승을 하겠다"는 당찬 각오를 적었네요. 문규(군산남초교)는 "SK 박희수처럼 홀드왕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이수민(상원고)은 "팬들에게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들이 공에 새겨넣은 게 단순한 글자가 아니라 이들의 미래이자 다가올 현실이기를 기대해 봅니다.
◇"조인성, 최정, 김강민같은 선수가 될래요!"
시상식을 마친 뒤 초중고 수상자 중 한명씩을 불러 즉석에서 아주 간략한 인터뷰를 했습니다. 심기정(충북 석교초.이하 심) 이진영(선린중.이하 이) 김하성(야탑고.이하 김) 3명이 대상자였습니다. 인터뷰이 선정 기준은 별다른게 없었습니다. 그냥 눈에 보이는 선수 한명씩을 포섭했을 따름이었는데 공교롭게 이들은 모두 SK 와이번스의 열렬한 팬들이었습니다. 보조 인터뷰어로 특별히 투수 윤희상을 초청했습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입니다.
▲축하한다. 수상 소감을 밝혀달라.
김=기분좋아요. 제가 이런 상을 받게 될 줄 몰랐어요. 앞으로 더욱 노력해서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어요.
이=너무 영광입니다. 더 열심히 하라고 준 상으로 알겠습니다. 더 좋은 활약을 펼치겠습니다.
윤희상= 이진영을 주목해 달라. 정말 야구를 잘하는 선수다. 내가 모교에 가서 이따금 훈련을 하기 때문에 이진영의 플레이를 본 적이 있다. 깜짝 놀랄 정도였다. 아주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다.
심=이 상을 받게 되어 기쁘고, 내 자신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심기정 선수에게 묻겠다. 오늘 참가한 SK 선수중 누가 제일 잘생겼나.
심=(3초간 머뭇거리다 옆에 앉은 윤희상을 힐끗 본 뒤) 윤희상 선수가 가장 잘생기셨다.
윤희상=(심기정을 어루만지며) 네가 인생을 아는구나.
▲상금을 받았다. 어디에 쓸 생각인가.
김=학교 동기와 후배들에게 쓰겠습니다.
이=부모님께 드리겠습니다. 저를 길러주셔서 감사하기 때문입니다.
심=우리 팀원들에게 모자 등 선물을 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이 상은 나 혼자 탄게 아닙니다. 같이 우승했기 때문에 제가 단지 대표로 받았을 따름입니다.
▲상을 받으면 강한 동기부여가 될 것 같은데.
김=자극을 받게 됩니다. 지난해 이 상을 받은 많은 선수가 프로야구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꼭 프로 지명을 받게 노력하겠습니다. 훗날 꼭 성공해서 저도 이런 자리에서 후배들에게 상을 주고 싶습니다.
이=상을 몇번 받아봤는데 느낌이 새롭습니다. 그 어떤 상보다 기분이 좋습니다.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김=최정 같은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투.타 모두 잘하니까요. 저와 같은 포지션(3루수)이라 롤모델로 꼽고 있습니다.
이=김강민을 좋아합니다. 그 야구 스타일이 마음에 듭니다. 달리기도 빠르고, 잘 치고, 수비 센스가 있는 것 같습니다.
윤희상=(엄지 손가락을 내밀며) 그렇다. 강민 형 정말 수비 잘한다.
심=조인성같은 포수가 되고 싶어요. 잘치고 잘던지잖아요, 제가 원래 SK팬인데요, 올시즌 조인성 선수 활약을 보며 팬이 되었어요.
세명의 선수들은 인터뷰를 마친 뒤 윤희상과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아마 이들에게는 평생 기억에 남는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들이 동경하는 프로 선수가 지켜보는 가운데 인터뷰를 하고 말도 몇마디 섞어보고, 사진도 찍었으니 말입니다. 윤희상이 이처럼 어린 선수들을 잘 챙긴 데는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윤희상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저는 어릴 때 OB(현 두산) 팬이었어요. 1995년 중학교 때 아버지를 따라 OB 선수들이 나오는 행사는 다 갔던 것 같아요. 선수들을 만나려고 기다렸다가 사인 받고, 떨려 하면서 말한마디 나눈 뒤 행복해 했던 게 생각나네요. 오늘 만난 어린 선수들도 아마 선배 프로 선수들을 만나 신기했을 거에요. 프로 선수를 만났으니 앞으로 훈련과 경기를 더 열심히 하게 되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들 때문에 오늘 나름대로 선수들에게 친근하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오늘 제가 나온 학교(선린중학교) 후배도 상을 받으니 괜히 더 뿌듯하네요."
윤희상은 OB팬이던 시절 당시 OB의 에이스였던 현 SK 김상진 2군 투수 코치를 제일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OB 행사에서 김상진 코치를 단 한번도 보지 못해 섭섭했다네요. "95년 당시 OB 간판 선수들 사인은 다 모았는데 김상진 코치님은 단 한번도 못 만났어요. 그런 행사에 아예 참가하지 않으셨거든요. 결국 2년전 코치님께 사인해 달라고 졸라 사인을 얻을 수 있었어요. 코치님한테 '95년도에 왜 구단 행사에 한번도 참여 안하셨어요?'라고 따지니 '나 그런 행사 참가 많이 했다'고 우기시더라고요. 저는 한번도 못 봤는데요." 김상진 코치를 반면교사(?)삼은 게 이날 윤희상의 다정다감함의 원동력이었네요. 아, 팬들이 오해할까봐 사족 한마디. 지금의 김상진 코치님은 누구에게도 다정다감한 분이랍니다.
스포츠서울 이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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