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에서 뛰고 있는 정영일(26·SK)은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제2의 박찬호’를 꿈꾸던 특급 기대주였다. 그는 광주 진흥고 시절인 2006년 대통령배고교야구대회 경기고전에서 13과 3분의 2이닝 동안 무려 23개의 삼진을 뽑아내며 프로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2006년 드래프트에서 KIA에 1차 지명된 정영일은 한국이 아닌 미국 무대를 택했다. 그해 7월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와 110만 달러(12억원)에 계약했다. 그러나 ‘아메리칸 드림’을 제대로 꿈꾸기도 전에 부상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오른 팔꿈치를 다쳤고, 인대 교체 수술을 받았다. 이후 기나긴 재활이 이어지면서 제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에인절스의 선택은 결국 ‘방출’이었다. 


2011년 방출된 정영일은 한국이 아닌 미국 무대를 선택한 것에 대한 만만치 않은 대가를 치렀다. ‘한국 프로구단 선수로 등록한 적이 없이 외국 프로구단에서 뛰었던 선수는 외국 구단과 계약 종료 이후 2년 동안 국내 구단과 선수로 계약할 수 없다’는 규정 탓에 기회를 얻을 수 없었다. 이에 정영일은 일본 독립리그 카가와 올리브 가이너즈에 잠시 몸 담았고, 2012년에는 국내 유일의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에서 선수생활을 이어왔다. 



2년간 국내 무대 출장 정지 조치 징계가 끝난 지난해 8월26일. 다시 출발점에 섰다. 정영일은 국내프로야구 2014 신인드래프에 도전했다. 지명 여부는 불투명했다. 아직 병역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데다 몸 상태도 완전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그러나 이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구단이 바로 SK다. SK는 당시 드래프트에서 정영일을 5라운드 8순위에 지명했다. 전체 순위로는 53번째였다. SK가 정영일을 지명하자 회의장에 자리한 사람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민경삼 SK 단장은 당시 “트라이아웃 때 봤는데 간절함이 느껴졌다. 야구에 대한 어려움을 느꼈지 않았겠나. 간절함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잠재력이 있던 선수가 아닌가. 하던 선수가 잘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고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국내 프로구단 유니폼을 입을 입은 정영일은 구단의 적극적인 주선으로 지난해 11월 19일 2014년도 상무에 최종 합격했다. 당장 전력에 활용하기보다는 체계적인 관리로 ‘명선수’를 만들겠다는 SK의 계산 때문이다. 실제 SK는 정영일을 군 입대 직전 괌 재활 캠프로 보내 확실하게 몸을 만든 상황에서 상무 구단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왔다. 정영일도 이를 꽉 깨물고 재활캠프를 보냈다. 아울러 괌 캠프 기간 동안 김경태 재활코치의 도움을 받아 무너진 밸런스를 찾는데 주력했고, 지난해 12월23일 군 입대 직전까지 훈련에 매진했다.



그랬던 정영일이 조금씩 과거의 명성을 찾고 있다. 지난 18일까지 올해 2군에서 23경기에 등판한 그는 2승1패 6홀드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 중이다. 이제 상무를 대표하는 어엿한 간판 계투요원이 됐다. 당초 7월에나 등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지만 겨울 괌 캠프에서 착실하게 몸을 만든 것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강속구도 되찾았다. 정영일은 진흥고 시절 최고 154㎞의 빠른 공을 던졌다. 하지만 에인절스에서 방출될 당시 직구 구속이 140㎞대를 밑돌았다. 그렇게 속을 썩였던 정영일의 직구는 최근 149㎞까지 올라왔다. 여기에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 등 주로 던지는 변화구의 위력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추격조에서 시즌을 맞았지만 이제는 어엿한 필승 계투요원으로 활약 중이다. 상무 경기를 직접 본 SK 관계자는 “정영일이 기대 이상으로 잘 던져 주고 있다”고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정영일은 목표는 향후 1군 무대에서 선발 투수로 활약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선발 투수가 되겠다는 소리는 아니다. 올해 볼펜에서 경험을 쌓고, 내년 선발로 전향하겠다는 계산이다. 많은 공을 던질 수 있기 위한 체력 훈련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정영일은 “2년 뒤 SK에 합류해 주축 선발 요원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군생활을 하겠다. 박치왕 상무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다. 군생활 동안 상무의 우승을 이끌고, 이후 SK에 합류해 주축 선발 투수가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정열일과의 일문일답. 

 

-현재 근황은.

“상무에서 열심히 군 생활을 하고 있고, 공도 잘 던지고 있다. 크게 아픈 곳은 없다. 무엇보다 상무에서 많은 경기에 나설 수 있어 기쁘다. 아픈 데가 없어서 만족한다. 올해 아프지 않고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


-SK 구단에서 기대가 크다.

“알고 있다. 구단에서 내게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는 것이 더욱 힘을 낼 수 있는 요인이다. 그간 공백이 많았다. 올해 계투로 잘 적응해서 내년부터는 선발로 뛰고 싶다. 제대 후 SK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선발 투수가 되고 싶다.”


-상무에서 빨리 적응을 할 수 있었던 요인은.

“아무래도 12월 재활캠프를 소화한 것이 크다. 만약 재활캠프를 가지 않았다면 훈련소 생활까지 합쳐 최대 석달 이상의 공백이 있었을 것이다. 재활캠프에서 부족한 부분도 채우면서 훈련에 집중한 것이 빠른 적응의 비결인 것 같다.”


-김광현, 양현종 등 동기생들이 잘나가고 있는데.

“예전에는 질투가 났고,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들의 등판 경기를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앞으로 열심히 한다면 그들을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동기들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많다.”


-향후 목표는.

“성공적으로 군 생활을 마무리해 SK에 합류해서 바로 주축 선수가 되고 싶다. 나를 지명해준 SK에 보탬이 되고 싶다.” 


정세영 스포츠월드 기자 niners@sportsworldi.com

Posted by SK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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