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더스 스토리

[공감(共感) W] SK 퓨처스팀의 어게인 2003

SSG 랜더스 2013. 7. 1. 11:25


한승진(33) SK 퓨처스팀 매니저는 선수단 사이에서 ‘팔방미인’으로 통한다. 매니저의 역할은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하는 것. 특히 선수들이 잘 먹고 잘 자는지, 필요한 것은 없는지를 매니저의 귀는 당나귀 귀처럼 쫑긋 솟아 모든 요구 사항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선수들의 장비는 물론, 원정 숙소와 음식, 차량 등 모든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하루 24시간이 모자를 정도다.


그런데 요즘 한승진 매니저는 입버릇처럼 “전혀 힘들지가 않다”고 말한다. 누가 봐도 잔뜩 신이 나 있다. 원인은 퓨처스리그에서 잘나가는 팀 성적 때문이다. SK 퓨처스팀은 6월30일까지 29승3무22패를 기록해 북부리그에서 당당히 1위에 올라 있다. 2위 두산(25승1무28패)과의 격차는 무려 5게임. 격세지감이다. SK 퓨처스팀은 지난해 36승10무46패로 북부리그 전체 5개팀 중 4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는 일찌감치 선두권으로 치고 나갔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최근에도 SK 상승세는 좀처럼 꺾일 줄 모른다. 


그래서 한승진 매니저는 요즘 야구할 맛이 난다. SK가 퓨처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지난 2003년 단 한 번이다. 한승진 매니저는 SK가 퓨처스리그를 평정할 때 당당히 주전 포수로 활약했다. 정확히 1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SK가 다시 퓨처스 리그에서 잘 나가고 있다. SK 2군 선수단의 살림을 하는 ‘어머니’격인 한승진 매니저로부터 SK 퓨쳐스팀이 강해진 이유를 들어봤다.

 



▲2003년 우승 멤버가 보는 2013년 SK는?

한승진 매니저는 올해 퓨처스 팀이 2003년과 너무도 비슷한 점이 많다고 했다. 한승진 매니저는 “2003년 2군 리그 선수들은 각기 장점을 충분히 발휘했다. 경기를 운영하면서 본인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탁월했다. 그런데 올해 SK 퓨처스 멤버들이 마치 2003년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2003년 당시와 가장 비슷한 점은 기동력 야구다. 2003년 SK는 한 박자 빠른 뛰는 야구로 그해 2군 리그를 평정했다. 한 매니저는 “성적이 잘나가는 중심에는 투, 타 밸런스가 잘 맞는 것도 있지만 SK가 최근 점수를 내는 것을 보면 볼넷이나 안타 뒤 이어진 공격 상황에서 한 베이스를 더 진루하는 등, 뛰는 야구로 한점씩 쌓아서 승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광저우 캠프, 2군 상승세의 원동력

SK 퓨처스팀은 지난 2월 19일부터 3월 11일까지 중국 광저우에서 김용희 퓨처스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7명, 선수 26명 등 선수단 33명이 참가한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SK는 올 시즌을 앞두고 2군의 해외 캠프를 추진했다. SK는 예년부터 강원도 속초에서 훈련을 해왔지만 잦은 눈으로 인해 훈련 일정에 지장을 받았다.


여기에 올해 초 선수 육성을 위해 최근 조직 개편으로 육성팀을 새로 신설하면서 퓨처스팀의 기량 향상을 위해 해외 캠프를 전격 실시했다. 광저우 캠프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한승진 매니저는 “사실 2군이라는 곳이 그들만의 리그라는 생각이 강하다. 선수들도 관심밖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올해 첫 해외 캠프를 하면서 ‘구단이 2군 선수들에게도 큰 관심과 정성을 쏟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선수들이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광저우 캠프는 2군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됐다. 광저우 캠프에 참가한 SK 관계자는 “과거 국내 캠프 때와는 달리 선수들이 많은 훈련량 속에서도 하고자 하는 의욕이 넘쳐 났다. 아무래도 시즌을 치르기 위한 첫 스타트를 잘 끊은 것이 선수들의 기량 발전으로 이어져 최근 SK 퓨처스팀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주간 퓨처스 우수선수 시상

SK는 올해 5월부터 주간단위로 퓨처스 우수 투수와 우수 야수 1명을 선발해 상금을 수여하고 있다. 야수의 경우 안타와 홈런, 타점, 도루 기록을 많이 올릴수록 높은 점수를 받지만 희생플라이, 희생번트, 선두타자 출루 등 팀플레이에 기여하는 선수들에게도 좋은 평가가 주어진다. 


한승진 매니저는 “매주 화요일 경기 전 선수단 미팅 시간에 퓨처스 우수선수 시상을 진행하고 있다. 감독님께서 플레이와 기록 등 선정이유에 대해 선수들에게 말씀해 주시고 선정된 선수에게 칭찬과 격려의 말씀을 해주신다. 이러한 부분들이 선수들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말했다.   

 



 ▲한승진 매니저가 꼽은 기대주는?

최근 한승진 매니저를 기쁘게 하는 또 한가지는 바로 젊은 선수들의 성장 속도다. 한승진 매니저는 향후 눈여겨 봐야할 퓨처스팀 선수들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내야수 박승욱과 홍명찬, 투수 임치영과 문승원을 꼽았다. 


한승진 매니저는 “내야수 홍명찬과 박승욱은 성장 속도가 무시무시할 정도다. 투수 쪽에는 임치영과 문승원 등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팀을 이끌 수 있는 재목인 선수들”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상원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SK의 3라운드(전체 31번) 지명을 받은 박승욱은 올해 초 스프링캠프에서 이만수 감독의 시선을 사로 잡을 정도로 급성장했다는 평가다. 한승진 매니저는 “가능성이 큰 선수들이 성장해 1군에서 주력 선수로 자리를 잡아갈 수 있도록 잘 돕겠다”고 다짐했다.


정세영 스포츠월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