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대스타가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리틀 쿠바' 박재홍은 18일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리는 인천 문학구장에서 은퇴식을 치렀다. 경기 시작 전부터 비가 오는 궂은 날씨였지만 2만 6573명이라는 많은 관중이 찾아 '선수' 박재홍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박재홍의 '우익수 홈 송구'로 시작된 이날 경기가 끝나자 '선수' 박재홍을 떠나 보내는 은퇴식이 치러졌다.
그렇다면 이날 박재홍의 은퇴식 이면에는 어떠한 사실들이 숨어 있을까. 박재홍을 비롯해 구단, 이날 중계방송을 담당한 XTM까지 세 가지 시선으로 이날 은퇴식을 되돌아 본다. 1편 ''선수' 박재홍, 마지막 문학구장 찾던 날'을 시작으로 2편 ''박재홍 은퇴식' 팬들의 얼굴에서 보람을 느끼다', 3편 'XTM에게 박재홍 은퇴식은 운명'이 차례로 찾아간다.
또 다시 XTM의 몫이었다. 박재홍의 은퇴식은 당초 4월 20일 KIA전에서 치러질 예정이었다. 당시 박재홍 은퇴식 중계방송을 맡은 방송사는 XTM이었다. 하지만 그날 경기가 우천으로 인해 취소됐고 XTM은 다음날 경기를 앞두고 박재홍의 데뷔 초기 영상을 보여주며 이에 대한 아쉬움을 달랬다.
그런데 웬걸. 박재홍의 은퇴식이 다시 잡힌 날 역시 XTM이 중계하는 날이었다. 4개 방송국이 돌아가면서 원하는 경기를 추첨하는 가운데 공교롭게도 XTM이 SK-롯데전을 중계하는 날 박재홍의 은퇴식이 치러지게 됐다.
사실 XTM에게는 은퇴식과 관련해서 아픈 기억이 있다. 지난해 이종범의 은퇴식에서 "왜 이리 준비를 하지 않았느냐"며 질타를 팬들에게 받은 것이다. 팬들은 '어떻게 이종범의 선수 시절 영상을 하나도 내보내지 않느냐'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물론 XTM 제작진이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XTM 이형돈 PD는 "이번에는 박재홍 선수 은퇴식을 나중에 알아 준비가 조금 늦은 편이었지만 이종범 선수 은퇴식은 미리 언질을 받았다. 때문에 영상도 많이 구했지만 경기 시작을 얼마 앞두고 저작권으로 인해 안 된다는 답변을 듣고 많은 자료를 선보이지 못했다. 신생 중계사이다보니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팬들에게 비난을 받으면서도 속사정을 밝히지 못하며 벙어리 냉가슴을 앓았다.
때문에 이번 은퇴식에 대해서는 XTM의 각오도 남달랐다. 은퇴식 전 만난 이형돈 PD는 "박재홍 선수 은퇴식 중계가 확정되자 예전에 함께 일했던(한국 스포츠TV) 한명재 MBC스포츠플러스 캐스터에게 '잘 부탁한다'는 연락도 왔다. 이번에는 다른 방송사들의 협조도 얻어 영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이종범 선수 은퇴식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경기는 임용수 캐스터와 이효봉 해설위원이 맡았다. 특히 임용수 캐스터는 첫 번째 예정됐던 은퇴식에 이어 또 다시 박재홍 은퇴식을 맡게 됐다. 임용수 캐스터는 "요즘 굵직굵직한 선수들의 은퇴식은 모두 내가 중계하는 것 같다. 이러다 은퇴 전문 캐스터 되겠다"며 농담을 던졌다.
임용수 캐스터와 이효봉 해설위원은 오후 1시가 되기 전부터 그라운드로 내려가 선수들을 취재했다. 평소 질문이 해당 선수와 관련된 것이었다면 이날만은 박재홍이 그 중심이었다.
오후 2시 30분쯤에는 XTM 해설위원이자 박재홍과 선수 시절 동료였던 이숭용 위원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숭용 위원은 "신인이던 1996년 박재홍이 정말 잘 했다"며 "박재홍 같은 타자 신인이 다시는 나오기 힘들 것 같다. 원래 타석 앞쪽이 불리하지만 박재홍은 맨 앞에 섰다. 그만큼 배트 스피드에 자신있었다는 것이다. 난 놈이다"라고 박재홍의 당시를 떠올렸다.
이날 은퇴식을 치르는 박재홍 본인과도 의견을 교환했다. 이 때 즉흥적으로 박재홍의 오프닝 참여가 결정됐다. 덕분에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XTM 중계 오프닝에 참여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오프닝에서 박재홍은 "잠시 후에 팬들을 찾아 뵙겠습니다. MBC"가 입에서 나오기 직전까지 말을해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캐스터와 해설위원이 열심히 선수를 취재하는 사이 제작팀도 좋은 방송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기존 영상 외에 박재홍과 관련된 다른 선수, 코치들의 멘트, 구장내 박재홍과 관련된 모습을 모두 영상에 담았다. 62번 유니폼을 입은 팬들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XTM은 경기 중계가 시작되자 박재홍과 관련된 예전 영상과 함께 선수, 코치들의 멘트도 내보냈다. 팬들은 영상으로 예전 1996년 신인 시절, 200(홈런)-200(도루) 모습을 보며 예전을 추억할 수 있었다.
이날 경기는 7회 강우 콜드게임이 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중계는 은퇴식을 마칠 때까지 원활히 진행됐다. 중계방송사는 말 그대로 경기장을 찾지 못한 팬들에게 해당 경기나 행사를 '보다 보기 좋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아쉬움을 딛고 이날은 박재홍 팬, 그리고 프로야구 애청자들에게 경기장에서 벌어진 은퇴식, 그 이상을 보여준 XTM이다.
고동현 마이데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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