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SK 와이번스는 평화롭습니다. 한동민 선수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지나갑니다. 김강민 선수가 '인터뷰 녹음 중'이라고 한소리 하자 한동민 선수는 더 이상한 소리를 더 크게 내며 지나갑니다. 산체스는 오늘도 참깨와 계란이 함유된 컵라면을 소중하게 들고 라커룸으로 들어갑니다. 물을 쏟을세라 걷는 자세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습니다. 선수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노라면 코치님들은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습니다. '뭘 잘했다고 인터뷰 하냐'고 한마디씩 던지십니다. 진심이신 것 같습니다. 오늘도 SK 와이번스는 평화롭습니다.
SK의 팀 분위기가 좋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다른 팀에서 이적해 온 선수들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이런 분위기는 선수단의 케미스트리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어 '알아두면 쓸데없지만 일단 들으면 재미있는' 선수단 내 앙케이트를 진행해봤습니다.
긍정왕 ◆ 긍정적인 생각이 긍정적인 결과를 만든다
가장 먼저 SK 내 최고의 '긍정왕'으로 박종훈 선수가 뽑혔습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할 것 없이, 박종훈 선수는 '항상 모든 상황에서 긍정적'이라고 합니다. 박정배 선수는 박종훈 선수에 대해 "부정적인 면을 긍정적으로 바꾸려는 습관이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좋은 루틴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긍정적인 마인드가 큰 부분을 차지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투수 후배들은 김광현 선수를 '긍정왕'으로 꼽았습니다. 박종훈 선수는 "후배들이 풀죽어 있으면 다가와서 긍정적인 말을 해준다"고 말했고, 김택형 선수는 "모든 면을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아무렇지 않게 넘기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태훈, 하재훈 선수는 자기 자신을 뽑았습니다. 하재훈 선수는 "복잡하게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받아 복잡한 생각을 잘 안 한다"고 합니다. 이승진 선수도 "안 좋은 일이 있어도 금방 털어버리는 것 같다"고 하재훈 선수에게 힘을 실었습니다. 김태훈 선수를 뽑은 다른 선수도 있었으나 "모든 일에 너무 긍정적이다"라는 묘한 설명을 전했습니다.
한동민 선수는 "잘되든 안 되든 묵묵히 열심히 한다"며 강지광 선수를, 김성현 선수는 "뭐든 계속 긍정적"이라며 나주환 선수를 꼽았습니다. 박재상 코치와 이재원 선수도 다른 선수들의 표를 받은 '긍정왕' 중 한 명입니다.
대식가 ◆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쏟아지는 증언들
'대식가'로 제일 많은 이름이 언급된 선수는 이재원 선수입니다. 사실 이재원 선수는 '대식가'라기보다 '속식가'에 가깝다고 합니다. "모든 음식을 초스피드로 해치운다", "먹는 속도가 남들의 배는 빠르다", "밥을 씹어서 먹는 게 아니라 마시는 것 같았다", "기억은 안 나는데 하여튼 엄청 먹음" 등의 증언들이 잇따랐습니다.
이어 김태훈 선수가 "오키나와에서 나와 박민호, 김택형, 이원준, 조성훈까지 5명이 회전초밥 130접시를 먹은 적이 있는데 그 중에 이원준이 50접시는 먹은 것 같다"며 이원준 선수를 지목했습니다. 다른 선수도 이원준 선수에 대해 "같이 밥 먹어본 선수 중 가장 많이 먹는다"고 말했습니다.
의외로 현재 상무야구단에서 군복무 중인 박성한 선수의 이름도 여러 번 언급됐습니다. 박정배 선수는 "밥을 고봉으로 엄청 많이 푼다. 기본 2공기에 플러스 알파, 반찬도 많이 먹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성현 선수는 최정 선수를 꼽으며 "자기는 조금 밖에 안 먹는다고 하는데 한 번 날 잡히면 봐주질 않는다. 아주 혼내준다. 그는 탄수화물 중독자"라고 진술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한 공기를 먹고 있을 때 이미 두 공기 째를 먹고 있다"는 정진기 선수도 여러 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제이미 로맥(항상 음식을 많이 담아먹는다), 강지광(눈앞에 있는 건 다 먹는다), 문승원(자제하지만 많이 먹는다) 선수 등이 꼽혔습니다. 김택형 선수는 자신을 지목하며 "형들이 밥 사주기 꺼려할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예민왕 ◆ 까탈스러운 게 아니라 세심한 거예요
'예민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인가를 느끼는 능력이나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빠르고 뛰어나다'입니다. 선수들 모두가 경기를 준비하고 치르면서 예민할 수밖에 없을텐데, 그보다 '조금 더' 예민하다면 유독 더 그렇게 느껴질 수밖에 없겠죠. SK 선수단 내 '예민왕'을 뽑아달라는 질문에는 문승원 선수, 정의윤 선수, 한동민 선수 등의 이름이 나왔습니다.
문승원 선수도 자신이 예민한 편이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문승원 선수는 "경기도 그렇고 잠잘 때도 그렇고, 일상생활이 다 예민하다. 나아졌다고는 하는데 아직 멀었다"며 웃습니다. 정의윤, 한동민 선수도 다른 선수들에 따르면 '야구에 대해 진지한 만큼 예민한 성격'이라고 합니다. 어떤 선수는 한동민 선수에 대해 "말을 못 걸겠다. 컨셉인 지 진짜 예민한 건지 모르겠다"며 웃었습니다.
이승진 선수를 언급한 투수 선배들도 있습니다. 선수들은 "보기에는 괜찮은데 공 던질 땐 예민하다", "공 던지는 거 하나하나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전했습니다. 최정 선수도 한 선수에 따르면 "완벽주의다보니 하나하나에 민감하다"고 합
니다. 김광현 선수에 대해 "선발 등판일 완벽한 컨디션 유지를 위해 신경을 많이 쓴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개그맨 ◆ 더그아웃에 불어 닥친 아재개그 미스터리
SK는 지난 2018년 사실상 개그맨 두 명을 영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재훈, 고종욱 선수가 '선수단 내 개그맨을 뽑아 달라'는 문항에서 가장 많이 이름이 불렸습니다. 특이하게도 하재훈 선수에 대해서는 모든 선수들의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안 웃긴 개그맨, 인기 없는 개그맨, 웃기려고 노력은 하지만 웃기지 않다'는 것입니다.
하재훈 선수를 관통하는 코드는 바로 '아재개그'입니다. 하지만 서진용 선수는 "플로리다 캠프 때부터 아재개그를 하지 않기로 약속해놓고 지금까지도 매일같이 하고 있다. 몸에 배어있는 것 같다"고 넌더리를 냈습니다. 김태훈 선수는 "재훈이 아재개그 때문에 단톡방을 다섯 번이나 나갔다"고 말했는데, 취재 결과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그랬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하재훈 선수는 "재미가 없는데 어떻게 개그맨일 수 있느냐"고 설문 결과를 부정하며 "안 듣다보면 그리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고종욱 선수에게는 '사람 자체가 개그맨, 생활이 개그맨'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 자체로 웃겨서 그런지 긴 코멘트는 달리지 않았습니다. 한 선수는 "열 마디를 던져 한두 개를 꼭 얻어간다"고 표현했습니다. 못지않게 여러 표가 나온 김성현 선수에 대해서는 "선수들끼리만 있을 때 웃기다. 이 매력을 우리 밖에 몰라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이 밖에 박재상 코치님이 '센스가 뛰어나다'는 의견, 김태훈 선수가 '말을 재밌게 잘한다', '자기가 말하고 자기가 웃는 스타일'이라는 의견, 이승진 선수가 '선수단 분위기를 잘 살려준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최정 선수에게 "경기 때 이상한 소리를 많이 내서 분위기를 끌어올린다"며 한 표를 던진 선수는 바로 최항 선수입니다.
투머치토커 ◆ "운동하는 남자들이 말이 많아요"
그렇다면 웃음 여부를 떠나 '말'을 좋아하는 '투머치토커(Too Much Talker)'는 누가 있을까요. "운동하는 남자들이 말이 많다"는 박종훈 선수의 말처럼 정말 다양한 이름들이 나왔습니다. 가장 먼저 김강민 선수가 "야구적으로도, 야구 외적으로도 후배들에게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는 훈훈한 내용으로 여러 표를 받았습니다.
같은 이유로 김경태 코치님, 손혁 코치 등 코치님들의 이름도 여러 번 언급됐습니다. 손혁 코치님에게도 이 설문을 진행했는데, 코치님은 '투머치토커'를 꼽아달라는 질문이 끝남과 동시에 "나"라고 답했습니다. 손 코치님은 "우리는 연습 때 연습하지 않는다. 절반이 대화다"라고 최강 투수진을 구축한 비결을 밝히고 말았습니다.
김성현 선수에 대한 상세한 설명들도 이어졌습니다. 한 코치님은 "한번 말 터지면 멈추지를 않는다"고 얘기했고, 어떤 선수는 "상대방과 대화를 하면 본인의 말로 대화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말에서 대화가 끝나는 법이 절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정수성 코치님을 언급한 선수도 있었는데, "말이 진짜 많으시다. 같이 있으면 미칠 것 같다"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 강지광(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고종욱(옆에서 계속 재잘댄다), 하재훈(입에 모터 단 사나이), 나주환(계속 내뱉는다) 선수의 이름도 나왔습니다.
4차원 ◆ 이 선수, 알다가도 모르겠다
선수단 내 '4차원'으로는 최항 선수가 가장 많은 표를 받았습니다. 선수들은 입을 모아 "자기만의 세계가 있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정말 남다르다"고 말합니다. 박경완 코치님은 "2군 감독 시절 혼자 춤추는 것을 두 번이나 봤다"는 구체적인 증언까지 내놨습니다. 한 선수는 최항 선수와 함께 최정 선수를 말하며 "그 형제들, 하는 짓이 똑같다. 누가 봐도 형제"라고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이승진 선수 이름도 나왔는데요, 한 코치님은 "한
국시리즈 우승하고 춤추는데 걔도 제정신은 아니더라"고 얘기했고, 어떤 선수는 "정상적인 사람의 사상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막상 이승진 선수는 동갑내기 조영우 선수를 가리킵니다. 이승진 선수는 조영우 선수에 대해 "나랑 덤 앤 더머인데 나보다 더 심하다. 얼굴은 그렇게 생기지 않았으나 하는 짓은 귀엽다"고 말했습니다. 지켜볼 일입니다.
한 투수는 노수광, 하재훈 선수를 꼽으며 "90년생들이 정상은 아니다"라고 웃었습니다. 그 밖에도 고종욱(알다가도 모르겠다), 강지광(정말 모르겠다), 서진용(무슨 생각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 선수 등이 언급됐습니다.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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