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캠프 기간의 숙소는 훈련을 마친 뒤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지만, 어쩌면 훈련 시간보다 더 야구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그 안에 두 사람이 있다면,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는 그들의 생각과 대화가 쌓이며 건강한 시너지를 만들기도 한다.

지난해 같은 방을 쓰며 의기투합했던 박종훈과 문승원은 올해 캠프에서는 각자 새로운 룸메이트를 만났다. 박종훈은 김정빈과, 문승원은 이건욱과 동고동락하며 캠프를 치렀다. SK의 새로운 토종 에이스를 바라보는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으며, SK 마운드의 새로운 한 자리를 노리는 후배들은 선배들의 모습을 기꺼이 거울로 삼았다. 


◆박종훈의 멘탈을 삼킨 김정빈

"노트가 없다고 해서 3년 전에 썼던 노트 반대쪽을 쓰라고 빌려줬어요. 들은 얘기나 배운 얘기들을 다 쓰는 노트인데, 감독님이 '과거를 알아야 지금을 안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서 그걸 듣고 챙겨온 거였거든요. 그런데 정빈이가 그걸 펴놓고 뭘 계속 쓰고 있는 거예요."

일기는 박종훈의 루틴 중 하나다. 4~5년 전 일기를 쓰는 문승원을 보고 따라 시작했다.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어떻게 얼마나 했는지부터 캐치볼과 불펜 등 공을 던질 때의 느낌, 야구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다짐까지 말 그대로 투수 박종훈에 대해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실록이자 지침서다.


이 귀한 물건을 입수한 김정빈은 빠짐없이 그 내용을 옮겼다. 사연을 묻자 김정빈은 "좋은 내용이 많았다"고 웃었다. 그는 "자신감을 가지자, 볼넷을 두려워하지 말자, 나는 제구가 좋은 투수가 아니지만 대비는 하자, 이런 내용들이다. 난 제구가 안 됐을 때 '어떻게 하면 좋아질까' 이런 고민만 했는데, 생각하는 방법이 또 달라서 그런 멘탈적인 부분들을 적었다"고 얘기했다.

박종훈이 문승원의 영향을 받았듯, 김정빈도 이번 캠프에서 박종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번 캠프에서 두 사람은 새벽 여섯시가 되기도 전에 일어나 함께 운동한 후 팀 훈련을 시작했다. 또 이제 김정빈도 일기를 쓴다. 하루하루 훈련을 하고 공을 어떻게 던졌는지, 어땠는지 쓰고 또 읽는다. 쓰면서 생각하고, 읽으면서 돌아보는 새로운 습관이다.


◆이건욱의 자세를 바꾼 문승원

"건욱이가 예전의 저처럼 쫓기는 것 같았어요. 건욱이가 매년 캠프에서 조기 귀국을 하니까 그런 부분에서도 도와주고 싶었고요. 의욕이 앞서다 보면 그럴 수 있거든요. 연습도 너무 많이 하려고 해서 연습도 줄이게 하려고 했죠. 저랑 방을 쓰니까 잘하더라고요. 제 덕이에요. 하하."


이건욱은 문승원과의 생활에 '건강 캠프'라는 이름을 붙였다. 여섯시에 기상한 두 사람은 저녁 여덟시만 되면 방 불을 껐다. 성실하기로 유명한 문승원과 함께 이건욱도 캠프 내내 규칙적인 하루를 보냈다. 이건욱은 "승원이 형이 방에서 여러 가지를 알려줘서 많이 배웠고, 배운 대로 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연습경기가 한창이던 때에도 문승원의 조언을 새겼다. 이건욱은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는 그 경기에 임하는 자세, 경기에 대한 테마를 가지라고 했다. 오늘은 어떤 걸 꼭 하고, 어떤 걸 꼭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들. 이를테면 '첫 타자 볼넷은 주지 말자' 같은 것들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나도 승원이 형에게 많이 물어보고, 승원이 형도 나한테 물어보는 편이다. 나는 형처럼 섬세하게 보진 못해서 잘 대답하는 편은 아니다"라고 웃었다. 문승원은 "쉬는 날에 잘 쉬는 것 같은, 어떻게 보면 안 중요할 수 있는 것들이 나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원래는 나도 후배를 챙길 여유가 없었는데 올해는 생기게 되더라. 건욱이가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eunhwe@xportsnews.com)

Posted by SK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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