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대규모 선수단이 합숙생활을 하는 팀이 SK 와이번스다.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수펙스 팀(1군), 퓨처스 팀(2군) 선수 중 미혼 선수들은 모두 숙소에서 생활하도록 했다. 미혼 선수들은 아무래도 외식이 많을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지인들과 어울릴 수도 있다. 만에 하나 선수 1명이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선수단 전체로 퍼질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이런 적극적인 조치로 나타났다. 현재 합숙 생활을 하고 있는 인원은 무려 69명이나 된다. 선수들이 55명, 코칭스태프 11명, 프런트 3명 등이다.
이중 강화 SK 퓨처스파크 숙소를 쓰는 인원은 총 54명이다. 수펙스 팀(1군), 23명과 퓨처스 팀(2군) 27명에 이종운 퓨처스 감독 등 코칭스태프 4명이 사용하고 있다. 고참급 선수와 코칭스태프 외 대부분 2인 1실을 사용하고 있다. 펜션에서는 코칭스태프 7명과 선수 5명, 프런트 3명 등이 쓰고 있다. 선수들은 한 채를 이용하는데 방 3개에서 나눠 자고 있다. 이런 합숙 생활은 지난 3월 12일부터 시작됐고 이제 4월로 넘어간다. "야구장으로 가는 게 외출"이라는 이들의 합숙 생활을 엿봤다.
이들은 숙소와 야구장만을 오간다. 수펙스 팀(1군)은 숙소에서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을 오가고 퓨처스 팀(2군)은 강화 SK 퓨처스파크에서 훈련을 한다. SK 퓨처스파크 숙소에 묵는 퓨처스 팀(2군) 선수들은 하루 종일 그곳에서만 머무는 것. 병원 등 특별한 외출 사유가 없다면 일체 외출은 물론 외박도 불허다. 심지어 가까운 편의점도 갈 수 없다. 최근 수펙스 팀, 퓨처스 팀 자체 연습경기가 시작돼 연습경기에 출전하는 퓨처스 팀 선수들은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으로 가면서 바깥 공기를 쐰다. 삼시세끼를 모두 숙소에서 해결한다. 펜션에서 묵는 인원도 식사는 모두 숙소로 와서 한다고.
SK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SK 퓨처스파크 내 방역 작업도 매일 진행하고 있다. 하루에 한차례 전체 소독을 하고 사람들이 자주 만지게 되는 출입문 과 손잡이는 하루에 세번 이상 소독을 하고 있다. 선수들은 방역이 완벽한 장소에서 안전하게 생활 하고 있다. 하지만 유배나 다름없는 외부와 단절된 생활은 선수들을 답답하게 할 수밖에 없다. 숙소생활을 하는 박민호는 "결혼을 일찍 안 한 걸 후회한다"고 할 정도였다.
야구선수라 해도 하루 종일 야구만 할 수도 없는 노릇. 잘 쉬고 훈련할 때 집중하는 것이 최근 야구 트렌드가 되다보니 외출 금지로 인해 선수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SK 프런트들의 고민이 깊다.
배드민턴이나 탁구, 족구 시설을 갖춰 놓았고, 플레이스테이션 최신 게임 CD도 구비했다. 야구 동영상을 틀던 세미나실은 극장으로 변모했다. 훈련일엔 하루 1회, 휴식일엔 2회의 영화 상영을 하고 있다고. 입이 심심해지는 야간엔 피자나 치킨 등 특별 야식도 제공한다. 이동이 불편한 펜션 사용 선수들에겐 일주일에 한번 바베큐 파티를 열어주는 '특혜'도 베풀고 있다. 필요한 물품은 선수들이 직접 인터넷으로 주문을 해서 받거나 매니저를 통해 구입하기도 한다. 어떤 선수는 무료한 일상 때문에 컴퓨터를 배달시키기도 했다.
SK 퓨처스파크 숙소를 다니는 정진기는 "숙소에 들어오면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방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독서를 하고 있다. 때때로 주변 동료들 방에 가서 대화를 하기도 하는데 대부분 야구 이야기를 한다"면서 "외출을 할 수가 없어 다소 답답하기는 하지만 구단에서 저녁 식사 이후 피자나 치킨 같은 야식을 준비해주기도 하고 영화상영이나 게임을 준비해줘서 여가 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신경 써 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통 밤에 일찍 잠자리에 들어 6시쯤 일어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인천으로 훈련 나간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 보니 몸이 건강해 지는 것 같다"며 숙소 생활을 장점(?)을 말하기도 했다.
펜션을 쓰는 전경원은 펜션의 낭만을 얘기하기도. "보통 훈련일에는 오전 7시 30분에 SK 퓨처스파크로 이동해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면 오후 6시 이후다. 돌아오면 방에서 휴식을 취한다"는 전경원은 "하지만 쉬는 날에는 펜션과 연결되어 있는 바닷가에서 산책을 하거나 동료들과 함께 갯벌에서 게를 잡기도 한다. 이외 여가 시간에는 동료들과 족구를 하며 설거지나 청소 내기를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다. 펜션생활에 불편함은 별로 없다고. "구단에서 매니저님(카즈미 2군 매니저)을 통해 바비큐 파티를 열어주거나 간식도 충분히 제공해 주고 있어서 큰 불편함 없이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이 많은 인원이 숙소 생활을 하다 보니 들어가는 비용도 꽤 크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전염성이 워낙 강력하기에 조금이라도 감염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게 구단의 입장이다. 이런 구단의 노력과 선수들의 동참으로 20일이 넘어가는 합숙 생활이 점점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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