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불펜 포수 권누리(30)는 팬들에게도 나름 ‘인지도’가 있다. 올해로 SK에서 7시즌째 몸 담고 있다. 경험이 많은 그는 국가대표 ‘불펜 포수’다. 2017년 APBC 국제대회와 2019년 프리미어12 대회의 국가대표팀에 불펜 포수로 참가한 경험도 있다. 근래 열린 KBO리그 올스타전 홈런레이스의 도우미로 나서 우승, 준우승자들과 호흡을 맞추며 눈길을 받기도 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돕고 있는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2020시즌을 준비하는 SK 투수들의 근황과 불펜 포수의 노고를 살펴봤다.
### 외국인 선수, 킹엄과 핀토의 느낌
새 얼굴의 외국인 투수 킹엄과 핀토는 SK의 올해 성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전력이다. 실력 외에도 새로운 리그 적응이 중요하다. 권누리는 “킹엄은 (나이가 같아) 친구로 지낸다. 활발하고 리더십도 있어 보인다. 먼저 다가와 활동적이고 한국 문화에 빨리 적응하려는 모습이 보인다”며 “그런데 마운드에서는 조금 예민한 면도 있다”고 소개했다.
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킹엄은 SK에서 뛰다가 메이저리그로 떠난 켈리를 떠올리게 한다. 권누리는 “구질이 다양하면서도 모두 완벽하게 던진다. 켈리가 SK에 처음 왔을 때보다 지금의 킹엄이 더 좋아 보인다. 같은 1년차 시기를 비교하면 킹엄이 조금 임팩트가 강하다”고 공을 받아본 느낌을 말했다.
핀토는 조금 조용한 편이다.(한편으론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선수가 없어 조용하다는 해석도 있다. 플로리다에선 조용했지만, 애리조나로 와서 KT의 스페인어권 용병을 만나서는 수다쟁이 모습도 살짝 보여줬다)
권누리는 “핀토는 평소는 조용하지만, 야구 할 때는 공이 어떠했냐 등 질문을 많이 한다”며 “핀토의 공은 무빙이 심하다. 특히 투심이 좋다. 킹엄보다 속구는 구속이 평균 2~3km 빠르다. 핀토는 몸 쪽으로 휘는 투심이 좋고, 킹엄은 커터를 던진다”고 말했다.
핀토는 지난해 뛴 산체스를 연상케한다. 그는 “둘 다 빠른 공을 지녔지만 스타일은 다른 것 같다. 산체스는 포심으로 똑바로 날아오는 직구라면, 핀토는 투심으로 끝에서 꺾이고 휜다. (핀토의 투심을) 받기도 힘드니까, 치는 사람은 더 힘들지 않을까 싶다. 산체스는 총알같이 팡!하는 느낌이라면 핀토는 떨어지고 무빙이 많다”고 비교했다.
### 몰라보게 달라진 김정빈, 힘이 좋아진 하재훈
국내 투수들에 대해 묻자, 기존의 선발 투수와 필승조들은 워낙 갖고 있는 것들이 좋은 투수들이라 잘 준비했고, 몸 상태도 좋다고 했다.
예년보다 많이 달라진 투수로는 좌완 김정빈의 공을 꼽았다. 권누리는 “많이 안정됐다. 군대를 갔다오고 2~3년 만에 공을 받아봤는데, 정말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알겠더라”고 했다.
7년째 투수들의 공을 받아온 그는 “1군 투수들은 스트라이크존에서 조금 벗어났다 들어왔다하고, 2군 투수들은 많이 벗어난다. 공 스피드는 있어도 제구가 다르다. 김정빈의 공은 스트라이크존 안에서 안정적으로 들어온다. 개인적으로 김정빈이 많이 발전한 모습이다”고 말했다.
마무리 하재훈의 공도 느낌이 달라졌다고 한다. “공에 힘이 더 좋아졌다고. 직구 스핀도 더 좋아졌고, 커브는 3~4km 구속이 빨라져 꺾이는 브레이킹이 더 빨라졌다”는 느낌을 말했다. 하재훈은 연습경기에서 낙차 큰 커브로 삼진을 잡아냈다.
### “2018년 우숭, 또 다시 해야죠”
권누리는 SK에서 7년을 지내면서 또래 투수들과는 형 동생하며 절친한 사이다. 궂은 일을 하는 그에게 투수들 중에서 누가 잘 챙겨주냐고 살짝 물어봤다.
권누리는 “김태훈, 서진용 선수와는 한 살 형이고 동생이라 친하다. 같이 2군에서 고생을 많이 했는데, 잘 된 거 보면 좋고 두 선수 모두 잘 챙겨준다. 어려서부터 같이 해 왔던 선수들이라. 박종훈 선수도 잘 챙겨준다”고 꼽았다.
스프링캠프 기간에 불펜 포수로서 1만개 넘는 공을 받는다. 그는 “하루에 5명씩 40개만 받아도 하루 200개다. 연습경기도 하고, 1만개는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공 받는 게 주업무이지만, 배팅볼도 던져주고 각종 훈련 보조로 분주하게 움직인다. 작년 올스타전 홈런레이스 도우미로 주목받은 그는 배팅볼도 잘 던진다. 그는 “공 던지는 것도 많이 신경쓴다”며 “선수들의 ‘고맙다’는 한 마디에 기분 좋다”고 웃었다.
매년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면서, 시즌의 좋은 성적을 기대하며 캠프를 시작한다. 권누리는 “2018년에 야구 하면서 처음으로 우승을 옆에서 경험했다. 그런 기대감을 갖게 된다. 올해도 우승해야지, 가을야구 해야지. 선수는 아니지만, 내가 열심히 한 만큼 팀이 더 좋은 성적을 낼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스프링캠프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OSEN 한용섭 기자<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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