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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共感)W] ‘좌완 명가’ SK에 떠오르는 샛별…김정빈·김택형·백승건에게 허락된 무대

SSG 랜더스 2020. 2. 28. 13:02

존재감을 반짝일 샛별이 줄지어 섰다.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에이스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리그 대표 필승 계투진으로 커리어의 꽃을 피운 김태훈(30) 등을 차례로 배출하며 좌완 명가로 손꼽히는 SK 와이번스의 이야기다. 대대적인 변화를 맞은 2020시즌 SK의 마운드는 또 다른 왼손 유망주들에게 활짝 열린 기회의 장이다.

올 겨울 SK는 새로운 좌완 카드를 찾는데 열중하고 있다. 좌완 에이스 김광현이 자신의 오랜 꿈이었던 미국 무대로 떠나면서 투수진 내부적으로 포지션 연쇄 이동이 이뤄진 까닭이다. 필승조 핵심 요원인 김태훈이 선발 로테이션의 유일한 좌완으로 가세했고, 이에 따라 SK2019시즌 27홀드(리그 3)를 따낸 김태훈의 후계자를 찾는 중이다.

지난해 상무에서 제대한 김정빈(26)과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고 건강히 돌아온 김택형(24)이 물망에 올라있다. 여기에 20191차 지명을 받았던 2년차 백승건(20)도 향후 팀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아줄 기대주로 꾸준히 관심을 얻는 중이다.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 1차 캠프, 애리조나 투손 2차 캠프를 연달아 소화중인 셋 또한 자신을 향한 팀의 기대어린 시선을 익히 알고 있다.

2020년이 선수 인생의 확실한 변곡점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하나 된 절실함으로 뭉쳐 저마다의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김정빈, 김택형, 백승건을 스프링캠프에서 만났다.

- 팀 마운드에 큰 변화가 생겼다. 특히 좌완 투수인 셋에게는 동기 부여 요소가 확실해 보인다.

: 광현 선배가 빠지면서 태훈이 형이 선발진에 들어가게 됐고, 나도 후보로 올라있다. 일단 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새 시즌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 든다.

 

- 사실 데뷔 시즌부터 1군에서 많은 기회를 받았다. 프로 첫 해를 돌아본다면?

: 일단 신인의 패기를 많이 보여드린 것 같다. 겁먹지 않고 내 공을 던진 덕분에 제구도 잘 됐다. 특히 구속이 많이 올라와서 자신감도 있었다.

 

- 왼손 투수들에게는 김태훈이라는 성공 모델이 또 하나 있다.

: 태훈이 형과 2군에서 함께 운동하며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내가 상무에 가자마자 태훈이 형이 잘 풀렸다. 그 모습을 보며 내 일도 아닌데 괜히 뿌듯하고 흐뭇했다. 특히 태훈이 형이 나를 잘 이끌어준다. 형도 지금 나와 같은 위치에서 높은 곳까지 올라갔기 때문에 내게는 좋은 본보기다. 진심이다(웃음)

바로 앞자리에서 김정빈의 속마음을 엿듣던 김태훈도 한 마디를 거들었다. 김정빈을 두고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많이 달라졌다원래는 야구에 대한 질문을 많이 안했는데, 상무에 다녀온 뒤로는 정말 많이 물어본다. 광현이 형이 소속팀 캠프로 떠나기 전에도 옆에 붙어서 계속 조언을 구하더라고 반겼다.

 

- 야구를 대하는 마음이 달라진 결정적 계기가 있나?

: 상무에 가기 전에는 덜 절실했고, 야구에 대한 집념도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상무에 다녀온 뒤 어릴 때 나와 같이 고생하던 형들이 1군에서 잘 되는 모습을 TV로 많이 봤다. ‘나도 저 위치에 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매일 했다.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열정도 갖게 됐다. 안 좋은 습관들도 작은 것부터 하나씩 바꿨다.

 

- 모두들 김광현, 김태훈에게서 도움을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 광현이 형에게는 지난해부터 연습해온 팔 스로잉에 대해 자주 물어봤다. 또 어떻게 경기를 운영해나가면 좋은지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태훈이 형은 정신적인 부분을 많이 짚어준다. 야구를 하면서 어떻게 생각해야 하고, 어떻게 마음을 바로잡아야 하는지. ‘앞일을 너무 걱정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네가 할 일을 하면 결과는 따라온다면서 멘탈을 많이 잡아줬다.

: 나의 롤 모델인 광현 선배가 팀을 떠나서 아쉽다. 좀 더 같이 야구를 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플로리다 캠프에 광현 선배가 처음 왔을 때 함께 캐치볼을 했다. 나에게 공이 많이 좋아졌다. 묵직해졌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한편으로는 스트라이드를 할 때 더 힘 있게 나가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해줬다.

- 특히 김택형은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통증이 사라졌다. 자신감도 많이 붙었나?

: 아무래도 공을 던질 때 걸리는 부분이 없다보니 심적으로도 편하다. 예전에는 조금만 무리해도 팔이 안 펴지곤 했다. 이제는 그런 증상이 깨끗하게 사라졌다. 이제는 공도 마음껏 던질 수 있다. 앞으로는 더 좋아질 것 같다.

 

- 투구 폼 교정도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들었다.

: 전에는 축이 앞으로 쏠려있었는데, 지금은 편하게 던질 수 있는 자세로 바로 잡았다. 야간 훈련을 통해 감독님, 최상덕 투수 코치님과 매일 한 시간씩 일대일로 연습을 했다. 혼자 있을 때도 투구 폼을 계속 떠올리고, 직접 해보고, 야간에는 응용도 하면서 많이 개선됐다. 이제는 적응도 많이 됐다. 모두들 정말 좋아졌다고 칭찬도 해주신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서 약간 부정적인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럴 때마다 최 코치님이 곁에서 자신 있게 던져라. 안되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마음 편히 하라고 격려해주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 마음을 편하게 먹게 되면서 차츰 좋아지기 시작했다.

 

- 셋이 나이도 비슷하고, 좌완 투수라는 공통점도 있다. 서로를 보며 부러운 점이 있었을까?

: 택형이를 어릴 때부터 봐 왔는데, 구속이 워낙 빠르다. 어떻게 좋은 스피드를 내는지 궁금했다. 승건이는 손 기술이 좋다. 직구, 변화구 컨트롤이 정말 좋다. 둘의 장점을 하나씩을 가져오고 싶은 마음이다.

: 승건이는 팔 높이와 컨트롤이 좋다. 승건이가 던지는 걸 보면서 내 걸로 만들어보자는 생각도 해봤다.

: 나는 정빈이 형의 스피드가 부러웠다. 투구 매커닉이 워낙 좋다. 2군에서 상무와 경기를 한 적이 있다. 당시 형이 팔 수술을 받고 난 뒤였는데, 곧장 147를 찍더라. ‘역시 좋다고 감탄했다. 택형이 형은 단단한 허벅지가 부럽다. 허벅지가 힘의 원천이다(웃음)

 

- 스스로 생각하는 강점도 분명히 있을 것 같다. 새 시즌 필살기로 준비한 게 있을까?

 

: 체인지업을 더욱 완벽한 결정구로 쓸 수 있게끔 준비했다. 자유자재로 넣고 뺄 수 있도록 신경을 쓰면서 던지는 중이다. 지난해 호주 캔버라 마무리 캠프에서 보강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선발 투수 후보로 꼽히는 상황에서 결정구가 있어야 더 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영일 선배에게 조언을 많이 구했는데 직구보다 더 세게 던지면 된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체인지업은 직구와 비교해 120%의 힘을 줘 더 강하게 던지는데 확실히 효과가 있다.

: 역시 슬라이더다.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많이 쓴다. 코치님과 전력 분석팀 역시 슬라이더만 좀 더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다면 타자를 잡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 해준다. 슬라이더를 더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 체인지업이다. 21살에 다녀온 가고시마 마무리 캠프에서 정우람(현 한화 이글스) 형에게 칭찬을 받은 구종이기도 하다. 체인지업의 강점을 극대화하려면 직구로 카운트를 잡고 들어가야 한다. 그동안은 직구 제구가 잘 안되다 보니 체인지업을 쓸 일도 자주 없었다. 다행히 이번에 직구 제구를 제대로 잡았다. 이제 체인지업이 필살기로 통하지 않을까 싶다.

 

- 직구 제구는 어떻게 바로 잡은 건가?

: 지난해 캔버라 마무리 캠프 중반까지만 해도 제구가 나빴는데, 막바지에 최 코치님과 투구 폼을 교정한 뒤로 영접이 잡혔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랜딩 포지션을 바꿨다. 당시에 코치님을 많이 괴롭혔다. 먼저 코치님 방에 찾아가서 고치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코치님도 흔쾌히 한 번 해보자고 이야기해주셨다. 코치님과 함께 교정을 하고 12월과 1월 내내 개인적으로 연습을 했는데, 캠프에 와서도 감이 좋다.

- 2020시즌은 셋 모두에게 정말 중요하다. 이를 앞둔 각오는?

: 올해는 꼭 다시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 맡게 될 역할과는 관계없이 그저 나의 몫을 잘 해내면 팀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다. 그러다보면 우승을 할 기회가 생기지 않겠나. 어떤 임무를 받든 최선을 다해서 공을 던질 거다. 팬 분들도 경기장에 많이 와서 응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모르겠지만, 감독님이 기회를 주시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아직 1군에서 뛴 경험이 많지 않다, 새 시즌 1군 출전 시간이 많아진다면 신인왕을 한 번 노려보고 싶다. 남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 웃을지 모르겠지만, 나의 큰 포부다.

: 작년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1군에 남게 된다면 꼭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

 

스포츠동아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